[Blue Archive] I Became a Superhero in Kivotos

Chapter 87



1.

만일 당신이 사람을 상대로 책략을 세우고자 한다면, 반드시 명시해야만 하는 한 가지가 있다.

그것은 바로, 사람은 언제나 예측불허하고 변화무쌍한 존재라는 점.

사람이 연관되어 있다면 어떤 계획을 세우더라도 반드시 계획대로 흘러갈 리가 없다는 것이고, 때문에 계획을 수립할 때는 제 2의, 제 3의 계획도 마련해놓지 않으면 안된다는 것.

그런 말도 있지 않은가? 사람의 광기야말로 세상에서 가장 예측하기 어려운 것이라고.

모사재인 성사재천(謀事在人 成事在天).

일을 꾸미는 것은 사람이지만 일을 이루게 하는 것은 하늘이라는 뜻이다.

사람의 마음을 알 방법은 없다.

그렇기에 사람을 상대로 어떤 계획을 세울 때, 그 상대방이 자신의 예상대로 움직인다는 전제 조건 하에서 계획을 수립하는건 위험하고 멍청한 짓이다.

상대방에 대한 정보가 없는 상황에서라면 더더욱.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만할까?

당신의 계획이 성사될 확률을 높이기 위해서 도대체 무엇을 해야만 할까? 간단하다.

변수라 여긴 것들을 변수가 아니도록 만들면 된다.

변수를 변수로 여기게 만드는 지점.

당신에게 있어 ‘미지(未知)’라 여겨지는 지점을 줄이고 또 줄여나가면 되는 일이었다.

그러니까 간단히 이야기해서 이런 뜻이다.

‘사람의 지혜는 앎에서 가지를 뻗어나가지.’

티끌과도 같은 정보. 실낱과도 같은 정보.

생각의 가지를 뻗어나갈 수 있는 시작점을 찾는 것.

그리하여 상대방을 이해하고, 또 파악해내는 것.

당신이 세운 계획이 ‘사람’에게만 국한된 것이라면.

상대방을 아는 것으로 그 계획의 성공 확률을 높일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반대로도 생각할 수 있겠지.’

만일, 상대방이 꾸민 계획에서 벗어나고자 한다면.

마찬가지로 상대방이 나를 예측하거나, 구분할 수 없게 만들면 되는 일이었다.

어떻게 하냐고? 이미 이야기하지 않았던가?

쉽고 간단한 방법이 있었다.

그러니까, 아주 간단히 말해서…….

“오락실로 가자!!!!!!!”

광기에 몸을 맡기면 되는 일이었다.

이 순간 만큼은 세상의 굴레를 벗어던지기로 했다.

오직 게임. 즐거움만이 유일했다.

2.

“그래서 뭐가 궁금한건데?”

오락실로 향하길 도중, 쌍둥이 중 분홍색 눈동자를 지닌 소녀가 물었다.

나는 그녀들과 마주 걸으며 대답해주었다.

“그냥. 요즘 취미를 좀 찾고있거든. 여러 가지 다 해봤는데 아직 게임은 해본 적이 별로 없어서.”

“취미로 게임이라~ 좋지! 게임은 엄청 재밌으니까!”

“혹시 게임… 해보셨나요?”

언니 쪽과는 다르게 살짝 낯을 가리며 물어오는 연두색 눈동자의 쌍둥이 소녀.

나는 턱에 손가락을 가져다대며 고민해보았다.

게임을 해본 적이 있었나? 있기는 했지.

문제는 내가 ‘블루 아카이브’말고는 다른 게임을 별로 해본 적이 없다는 것.

학창 시절 친구들한테 끌려가서 강제로 몇 번 정도는 해보았지만 꾸준히 하거나 하진 않았다.

“응. 해보긴 했지. 많이는 아니지만.”

“어떤 게임이었는데?”

“으음…. 그, 예쁜 캐릭터들 나오는 게임인데.”

“쯧쯧, 요즘은 죄다 일러스트의 수준이 올라가서 히로인이라면 다 이쁘고 고퀄리티라고! 장르는 몰라? RPG? FPS? 보드 게임? 시뮬레이션 장르인가?”

“어… 음……. 잘 모르겠는데…….”

‘블루 아카이브’는 대체 뭔 장르지?

미친, 뭔 놈의 장르가 저렇게 많아. 대부분 아는거라 상관없는데, 조금 설명하기가 낯설었다.

나는 잠시 고민하다 풀어서 설명해보기로 했다.

“그니까 그, 보석을 모아서 캐릭터를 뽑고. 캐릭터를 키우고. 스토리를 보고… 그런…….”

“아! 수집형 RPG? 이야~ 그런 마니악한 장르는 또 어떻게 유입된거야? 신기하다~! 언니, 이런 쪽이랑 전혀 연관없어 보이는 이미지인데!”

“그러게요. 언니는 분위기가 일반인스러워서 그런 게임은 모른다는 느낌이었는데. 언니 말대로 미소녀 수집형 RPG는 유입하기가 어려운 장르긴 하거든요.”

“으, 으음? 뭐… 아니 그보다 잠깐만.”

무슨 버튼이라도 눌렸는지 갑자기 말문이 트여서 쏟아지는 말들에 당황하던 나는 두 쌍둥이에게 손을 내밀어 말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도저히 넘겨들을 수 없는 말들이 들려왔기에.

지금 얘네, 날 뭐라고 부른거냐?

“너희 왜 나를 ‘언니’라고 부르는거야?”

“엥? 그야…….”

“저희보다 선배… 아닌가요……?”

당황하며 나를 올려다보는 쌍둥이 소녀들.

아니, 오히려 당황해야 하는건 난데.

나는 헛웃음 지으며 품 속의 지갑에서 학생증을 꺼내 두 사람에게 보여주었다.

“……나 1학년인데? 너희랑 같은 나이 15살.”

“에에엑─?!! 진짜?! 아니, 딱 봐도 분위기가 언니 같았는데! 완전 속았어-!”

“저, 정말요?! 아무리 봐도 언니였는데……!”

“그 정돈가……?”

“그 정도였는데, 진짜!”

“맞아맞아!”

두 쌍둥이가 충격을 받고 소리쳤지만, 나에겐 작은 병아리 두마리가 주변에서 짹짹거리는 느낌이었다. 체구도 작고, 목소리도 앳된 느낌인데다 반응 하나하나가 어린 학생이 할 법한 거라 더욱 귀여웠다.

“음. 내가 좀 이쁘긴 하지.”

“……갑자기 재수없어. 때려도 돼?”

“이 사람, 칭찬받으면 으스대는 타입이구나…?”

두 사람의 반응에 익숙하다는 듯 반응해주자, 역시나 재수없다면서 싸늘한 반응이 돌아왔다.

낯을 가리던 동생 쪽도 그러는거보니 아무래도 긴장이 풀릴대로 풀린 모양이었다.

“아하하. 미안미안. 농담이었어. 근데, 진짜로 내가 연상인 줄 알았어?”

“완전. 3학년인가 하고도 생각했어.”

“나도…….”

아무래도 체격이나 겉으로 드러나는 분위기가 달라서 그런지 자연스레 나를 선배라고 생각한 모양.

어쩌면 본능적으로 내가 정신적으로 더 성숙하다는 것을 알아채곤 그리 판단했던 것일까?

‘그런거면 감이 엄청 날카로운건데.’

나는 속으로 두 쌍둥이의 촉에 감탄했다.

물론, 이러한 사실들을 대놓고 말할 수는 없기에 나는 겉으로는 피식 웃을 뿐이었다.

“그럴 수도 있지, 뭐. 아무튼 잘 부탁해. 이렇게된거 간단하게 자기소개나 할까?”

“좋아!”

그렇게 우리는 간단하게 자기소개를 마쳤고, 미리 알던 사실들을 다시금 재확인하는 시간을 가졌다.

대충 설명하자면, 분홍색의 헤일로를 단 아이가 ‘사이바 모모이’로 쌍둥이의 언니 쪽이었다.

그리고 반대로 연두색의 헤일로를 단 쪽은 ‘사이바 미도리’, 쌍둥이의 동생 쪽이었지만 성격으로만 따지면 미도리가 더 언니답다는 느낌이었다.

“사실 미도리가 언니인거 아니야? 모모이는 아무리봐도 언니 성격이 아닌데.”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항상 촐싹대고, 시끄럽고.”

“뭣? 미도리, 너 나를 그렇게 생각했어?!”

“당연한거 아니야? 맨날 내가 언니를 챙기잖아. 숙제도 챙기고, 아침에 깨우는 것도 내가 하고, 요리도 거의 내가 다 하는데. 언닌 하는거 없잖아!”

“크으윽……! 미도리 너, 비겁하게 팩트를……!”

“……팩트가 비겁한거냐?”

물론, 이 사실을 대놓고 전달하니 모모이가 격분하며 난리를 피우기는 했지만.

그보다 팩트가 왜 비겁한건데.

나는 고개를 갸웃거렸으나 설명해주는 이는 없었다.

3.

우여곡절 끝에 도착한 오락실.

그곳에 들어서자마자 내가 내린 감상은 이러했다.

“어우, 뭔 소리가.”

번쩍번쩍-

시끌시끌-

타닥- 타다닥- 타타타탁-

실내 가득 내려쬐는 조명과 게임기에서 흘러가는 다양한 화면. 그 앞에서 즐겁게 오락을 즐기는 이들이 내는 소리와 게임 소리가 합쳐져 ‘소음’이라 할만한 음질을 내뱉었다.

존나 시끄럽다. 존나 어지럽다.

오락실이 원래 이런 곳이었나? 살면서 와본 적이 있어야지. 도저히 적응을 못하겠다. 어지러워.

원래도 이렇게 사람이 많나?

“오늘따라 좀 많기는 하네. 원래는 오락실에 오는 사람은 별로 없는데 말야.”

그런거였나. 머리를 부여잡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내.

삐까뻔쩍한 오락실 내부로 천천히 발을 들이니, 순간적으로 초감각에 잡혀오는 아득한 감각!

도저히 적응할 수 없는, 수많은 감각에 나도 모르게 고개를 팍 숙이며 헛구역질을 하고 말았다.

“우욱…….”

“의잉?! 아, 아니, 고작 이걸로 멀미를 느껴? 괜찮아? 으음. 그냥 나가야되나.”

“나, 나도 처음 봐……. 어떡하지……?”

내가 이런 소란스런 분위기에 멀미를 느낀다 생각했는지 걱정스런 표정을 짓는 둘이었지만 나는 손을 저으며 괜찮다는 표시를 하였다.

이건 오락실의 소음에 멀미를 느꼈다기보단, 일상적으로 키고 있던 초감각에 순간적으로 너무나 많은 감각이 잡혀서 오는 괴리감이었다.

시각적으로, 청각적으로, 아득할 정도로 많은 정보가 이 공간 안에서 요동치고 있었으니까.

“후우, 후우…. 괜찮아. 점점 적응하고 있어.”

“진짜 괜찮은거 맞지? 힘들면 그냥 나가서 PC방이나 가자.”

“땀이 엄청난데…….”

나는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이왕 왔는데 게임은 해봐야하지 않겠나.

그리고 실제로 점점 나아지고 있는 중이었다.

“괜찮아. 신경 안써도 돼. 뭐부터 할까?”

“으음. 너가 그렇다면야……. 그러게 이제 막 입문하는 초심자이기도 하고, 처음 와보는거니 구경이나 먼저 해볼까?”

“응. 그게 나을거 같아. 천천히 둘러보고 뭘 해보고 싶은지 골라봐. 우리가 알려줄게.”

“오케이.”

두 사람의 말대로 나는 천천히 오락실을 걸어다니며 주변을 둘러보기 시작했다.

오락실 초입에 들어서자 보인 것은 펌프.

한쪽에 펌프 오락 기계가 늘어서있는 광경이었다. 그 위에 서서 학생들이 박자에 맞춰 즐겁게 몸을 움직이며 패널을 누르는 모습이 보였다. 더 안쪽으로 들어가니 그곳엔 조이스틱과 패드로 조작하는 모니터들이 쫘르륵 늘어져있기도 했다.

“……뭔 놈의 종류가 이렇게 많아.”

“내가 하나하나 설명해줄게! 자, 일로 와!”

“어어. 안그래도 되는데.”

“버튼이 눌려버린 저희 언니는 못막아요. 그냥 따라가는게 맘 편하실거에요.”

아니 막아달라고!

어느새 분위기를 탄건지 나를 이끌며 여러 게임들을 소개하기 시작한 모모이. 어쩔 수 없이 모모이를 따라간 나는 짧은 사이에 다양한 장르의 게임들을 설명받을 수 있었다. 인형 뽑기 기계, 리듬게임, 레이싱게임, 격투게임, 퍼즐게임, 탄막 슈팅 게임 등등…….

아는 것도 있고, 모르는 것도 많았다.

옛날에 문방구 앞에 놓여있던 게임기로 보았던 것과 비슷한 게임이나 완전 처음 보는 종류의 게임 등.

키보토스가 지구와 다른 세상이라는 사실을 실감하게 하면서도, 하나같이 생소하지만 재밌어보였다.

아무래도 새로운 취미로 게임을 선정한 것은 옳은 선택이었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뭐야 이건. VR?”

“맞아. 여긴 VR을 사용한 여러 장르의 게임이 가능한 룸이야. 이따가 한번 해볼래?”

“으음 뭐, 그럴까.”

그 외에도 VR 기계를 써서 하는 게임이라든가, 지구에서 유튜브로만 보던 태고의 달인과 같은 리듬게임 방이 따로 존재한다는 것, 그리고 펀치기계나 농구처럼 피지컬을 요구하는 것도 있었다.

‘피지컬은 좀 재밌겠는데.’

다른 무엇보다 피지컬 요소의 게임은 자신이 있었다.

엄청나게 상승된 신체능력에다가 초감각까지 있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지금은 다른 게임부터 해봐야겠지.”

으음. 뭐부터 해볼까나.

밀레니엄 캠퍼스 내부에 위치해있는 여러 오락시설 중 한 곳답게, 자금과 최첨단 기술을 쏟아부은건지 시설이 휘양찬란했다.

그래서인지 사람의 눈을 현혹시키는 게 참 많았다.

분위기에 휩쓸려 게임에 돈을 박고 싶어지게 만드는 지독한 상술이었지만.

“에잇 모르겠다. 어차피 놀러온건데.”

오늘 하루만큼은 신경끄고 놀기로 했다.

나는 게임 하나를 정하고 모모이를 불렀다.

세트 메뉴마냥 딸려오는 미도리와 함께 내게로 다가온 모모이가 물었다.

“게임은 정했어?”

“응. 이거 해볼려고.”

나는 대답하며 눈앞의 게임기를 가르켰다.

“……어. 그. 저, 정말 그걸로 하게?”

“진심이야, 히이로……?”

“?? 응. 왜?”

“아. 음. 아니야! 프흣, 빨리 해보자!”

“언니… 살살해…….”

묘한 반응을 보이는 두 쌍둥이.

나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게임기 앞에 앉았다.

그리고 미리 뽑아온 동전을 넣자 컷씬이 흘러가던 게임이 멈추더니 로비 화면을 띄웠다.

[퀸 오브 파이터즈]

익숙하면서도 다른 이름의 격투 게임.

이것이 내가 선택한 첫 번째 게임이었다.

여러 종류의 게임을 해볼 생각이었기에, 처음엔 다른 사람들도 즐겨하는 것 같은 장르를 골랐다.

“빨리 시작해보자! 히이로, 첫 판이니까 살살할게!”

“그래. 고맙다.”

“흐흐흣. 그래그래.”

옆에서 음흉한 미소를 짓는 모모이.

그러나 곧장 캐릭터 선택창으로 넘어간 화면에 집중하느라 나는 그녀의 표정을 알아채지 못했다.

4.

“아이 싯팔!!!!!!!!”

“크헤헤헿…!! 으헤헤헤헷……!!!”

“모모이 이 미친년아!!! 제발 멈춰!!!!!!!”

“후후후. 뭘 모르는구나, 히이로! 원래 이런 게임은 맞으면서 배우는거야!”

지랄하지마 이년아!!!!!

[뚜워~!]

쾅!

모모이가 조작하는 캐릭터가 괴상한 소리를 내며 정권을 내지르자 힘없이 쓰러지는 내 캐릭터.

어떻게든 조작 패드를 두드려보지만 상황이 달라지는 일은 없었다.

[뚜워~!]

쾅!

“게임 좀 하자, 이 년아!!!!!!!”

비명에 가까운 외침을 내뱉어보지만 모모이는 뉴비를 양학하는 것이 즐거운지 웃기만 할 뿐이다.

시발!

[뚜워~!]

쾅!

[뚜워~!]

콰앙!

[ K.O ]

나는 눈앞에 떠오른 충격스런 결과에 몸을 부들부들 떨며 나지막히 중얼거릴 수밖에 없었다.

“진짜 게임 좆같이 하네…….”

“칭찬 고마워!”

“칭찬 아니야, 이 년아!!!!!!”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내가 내뱉은 저 말은 상대방을 향한 극찬의 언사였다고 한다.

[!– Slider main container –]


[!– Additional required wrapper –]






Tip: You can use left, right, A and D keyboard keys to browse between chapter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