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VEL WEB Chapter 43
“후배님!”
“저희인터뷰좀!”
“합시다!”
“사례는!”
“짱짱하게드릴게!”
“안에좀!”
“들여주이소!!”
나는잠시고민했다.
지금저쌍둥이를이방에들여놔도될까?
길게생각할것도없었다.
곧장문옆패널로방음마법을작동시키고침대로돌아갔다.
릴리스와보낼시간을할애하면서까지저들과얘기하고싶은마음은추호도없었다.
“그럴바에야청소를하고말지.”
한달동안이나방치된내방을청소하기위해걸레를꺼냈지만.
“…어라?”
평소청소하던루트대로방을한번싹훑어보았건만…..먼지가단한톨도보이지않았다.
비정상적인깔끔함.이건평범한인간이할수있는경지가아니었다.
“청소마법.릴리스가걸었나보네.’
나는내손에들린걸레를뻘쭘하게내려다보았다.
‘점점내가할일이줄어드는것같은데….’
밥도릴리스가,청소도릴리스가,심지어….
“설마했는데.빨래까지?”
내작디작은옷장에들어있는적은수의옷들.그래봤자계절별평상복과교복뿐이지만나름손이가는녀석들이다.그런옷들이티하나없이깔끔한모습으로각이살아있게접혀있었다.
확실히편하다는생각은들었다.식사를준비하다가손을벤기억,청소를하다가먼지를먹어기침을연발하던기억,한겨울에손빨래를하다가손이꽝꽝얼어버렸던기억.
같은평민들도마법을쓰지손빨래만큼은안한다는사실을알고얼마나서글프던지.
그때마다얼마나때려치고싶었던가.하지만지금은마법도필요없었다.전부릴리스가대신처리해줬다.
편하기는했다.편하긴했는데….
뭔가허전했다.
‘이걸기둥서방이라고부르던가….’
이렇게한달만지내도편안함에잠식되어나태하게뒹굴거리기만할것같다.
릴리스품에서오로지받아먹기만하는일상.오히려좋을수도있다고생각하는내가나쁜걸까?
사람이늘었으니좀더정신없을줄알았건만,오히려혼자살때가더치열하고바빴다.공부하랴집안일하랴이리저리뛰어다니던것이새록새록떠올랐다.그때는이렇게침대에앉아서멍때리는시간도아까웠는데.
이시간은전부릴리스가만들어준시간이다.
릴리스는내게시간도정성도심지어마음까지도전부내게주었다.
‘…내가릴리스한테준건뭐지?’
생명력,마음.거기서더생각나는것이없었다.분명다른것들도있을테지만전부저둘에비하면사소한거겠지.
내가주는것도분명소중한것에는이견이없지만문제는드러나는것이없다는것.
릴리스의시간은내시간으로바뀌었으며,정성은내평안함으로,마음은내모든것이되었다.
이러면안돼지만,비교가되는것은어쩔수가없었다.
나는약간의불편함과함께새로운질문을던졌다.
‘내가릴리스한테줄수있는건뭐가있지?’
물질적인건주고싶어도줄수없었다.
정성과시간?릴리스가절대받으려하지않겠지.
마음?이미전부내주고있었다.
한동안고민하던나는질문을달리하기로했다.
‘릴리스가없는게뭐지?’
저번데이트로알아낸바.릴리스는보석과재화가넘쳐난다.그도그럴것이숭배받는외신이니까.공물로엄청난부를얻었을것이다.
그렇다면답은하나다.
물질에상징을담아내는것.
가장먼저떠오른것은…
‘…그러고보니우리반지가없구나!’
구두로만약혼을했지.그것을증명할상징물이없었다.
약혼반지.내가릴리스에게줄수있는최선의선물이리라.
다만.
교복주머니에서꺼낸내전재산은…
“…나진짜거지구나.”
이돈으로는화려한보석반지는꿈도못꿨다.
사랑하는사람에게가능한한예쁘고좋은반지를선물하고싶은욕심은지극히자연스러운것이다.
‘단기간에돈을땡길수있는방법이어디없-‘
문득시선이방문으로향했다.
1초후나는고개를내저었다.
“…아냐.이건아니야.”
아무리돈이급해도기자들과엮이는건절대사절….
그순간내머릿속을가득채우는한,아니두목소리.
-사례는!
-짱짱하게드릴게!
정신을차리자나는내손으로문고리를돌리고있었다.
“오!”
“오!”
미어캣처럼고개가홱돌아가는쌍둥이기자.
“사례하신다고요?”
동시에머리를상하로흔드는기자.
“그럼!”
“정보비는확실하게!”
“그게우리모토지!”
“…혹시얼마정도.”
쌍둥이중남자,존슨이펜을꺼내자신의메모장에무언가를빠르게휘갈겼고이내그걸내게보여줬다.
써진것은숫자였고그걸본나는.
덥석.
“합시다.인터뷰.”
돈은전부가아니랬다.하지만목적이아닌수단으로서바라보자면결국돈만한것은없었다.
—-
쌍둥이선배들과는오후에다시만나기로약속하고돌려보냈다.
요란을떨며건네는명함을받은나는황당한표정으로그것들을내려다보았다.
한쪽은검정바탕에하얀글씨,한쪽은하얀바탕에검은글씨였으며두명함은이름만제외하면모든것이똑같았다.
‘…이럴거면양면인쇄를하지…’
돈낭비도이런돈낭비가없겠…..돈이많으니까그런액수를제안할수있을테지.
릴리스와함께보낼방학을구상하려했지만어쩔수없이하루는조금떨어져있어야겠다.
정말어쩔수없었다.그돈이면적당한반지한쌍은구할수있을거니깐.릴리스에게예쁜반지를주기위한희생이라생각하기로했다.
“무슨명함이야?”
“우왁?!”
등쪽에서갑자기들려온목소리에심장이벌렁벌렁뛰었다.
“어머,미안해~내가조심성이없었네.”
“제발인기척좀내세요.심장터질뻔했네….”
내말을들은릴리스가고운미간을살포시찌푸렸다.
“…그런말은하지말아줘.”
응?내가뭘…..아,저번사건이릴리스에게상당한충격이었나보다.심장얘기만해도바로반응하는것을보니.
“죄송해요.”
가만히고개를숙이고있자니릴리스가내턱을잡아올렸다.
“아침먹자.”
바로 눈앞에서 싱긋웃는릴리스를보자심장이다시금덜커덩거렸다.놀랐을때보다더심하게두근거리는심장.
“…릴리스,배안고파요?”
“응?자,잠깐아-으뭄…”
‘인터뷰고뭐고다받아주마.릴리스한테최고의반지를주겠어!’
그렇게한참을바닥에서뒹굴던우리가아침을먹은건시간이더지난이후였다.
—-
오랜만에먹은올드원구이는그야말로환상적인맛이었다.
‘드림랜드에서는맛도없는보존식량만먹느라혼났었지…’
혹시나싶어구그고기를조금먹어보았으나.루크의불에구웠음에도강렬한비린내가나도저히사람이먹을음식이아니었다.
덕분에지금눈앞에있는이아름다운음식이천사같아보였다.
“우물우물….그러고보니,이올드원이라는얘들은뭐하는얘들이예요?매번이렇게먹는데우주생물이라는것만알고다른건몰라서…”
“아,얘네? 한마디로정리하자면우주한량이라고나할까.”
“…한량이요?”
“이행성저행성돌아다니면서참견질하는게취미인이상한종족이야.하는짓하나하나가참바보같은면이있어.”
우주한량에바보?도대체뭐하는종족이야?
“하나만말해줄수있어요?”
나는기본적으로이야기를좋아했다.혼자쉴때도소설을읽으며시간을보냈는데하물며외신이직접이야기하는우주생명체에관한이야기라니.눈돌아갈내용이다.
“으음…..대표적으로지구이야기를해줄까?”
“지구?저희가있는이지구요?”
“엄밀히말하자면다른차원의지구라조금다르지만어쨌거나맞아. 지구의 최초의생명체가올드원이라는사실.알고있어?”
“네에?!정말요?”
완전처음듣는소리였다.지금릴리스는전세계모든고고학자들이눈에불을켜고달려들이야기를하고있었다.
“응,정말이야.우주를건너서지구에온올드원들은지하깊숙한곳에서어떤존재를발견해.”
“어?방금전에최초의생명체라고하지않았어요?”
“맞아.올드원들이발견한존재는생명체라고부르기는힘들었거든.그건나와같은아우터갓,즉외신이었어.그아우터갓은아무런이지없이단세포유기체를발생시키는무정형의덩어리야.올드원들은아우터갓과그가만들어낸유기체들을연구해서지금의지구에서살아가는모든생명체들을탄생시킨거야.당연하겠지만인간도그중하나였고.”
나는입을헤벌리고정신없이릴리스의이야기에빠져들었다.
“…잠깐만요.그럼성국에서말하는창조신화는.”
“구라야.”
헤에….구라였구나.
성국에서 알게 되면 바로 이단심문관을 출동시킬 발언이다.
“물론그런인간들에게사람이라는존엄성을준신은따로있지.그건이세상의신이맞을거야.하지만그원형은결국아우터갓과올드원들이만들었어.”
“신기하네요.”
그렇다면지금내가먹고있는이고기가따지고보면내창조주의고기란말인가.
“아직안끝났어.”
“네?”
“이뒤가본격적으로재밌어지는부분이야.생명체를창조한올드원들은지구의최남단에몰려서잘만살고있었는데.갑자기다른외계생명체가지구로도달한거야.그들이자신들의땅을밟으려하자올드원들은전쟁을치뤘고,결국에는이겼어.”
“꽤강한종족이었나보네요.”
“그럼.나름생명체를창조한종족이니까.하지만문제는그다음이었어.지구에지각변동이일어나그들의도시가작살이난것으로도모자라외계에서강력한그레이트올드원이나타났거든.”
그레이트올드원이라면네크로노미콘에적혀있기를아우터갓에비할바는아니지만신에가까운강력한존재들이라고…
“자신의권속과함께나타난그레이트올드원과의전쟁에서올드원은나름잘버텼으나결국지구의절반을내주기로결정했어.”
“나름평화적인종족이네요.”
“아마아닐거야.본인들도더싸우면질걸아니까그냥비긴걸로친거지.”
올드원들이직접들었으면열불을토했을이야기지않을까?
“그런데북반구를차지한그레이트올드원이고대의신,엘더갓들한테당해서자신의도시에봉인되는사건이벌어져.덕분에올드원들은어부지리로다시지구를지배하게되었지.”
엘더갓이면노덴스와히프노스가속한신이었다.자세히는모르지만그레이트올드원과아우터갓과사이가나쁜모양이다.
“여기서더웃긴건올드원들이도구로쓰기위해창조한생명체중에서가장원형과닮아있는쇼거스라는놈들이있어.굴착기로부려먹히던쇼거스들은긴시간동안학습을통해지성을가지게되었고자신을창조한올드원에게반란을일으켰어.그리고올드원들은이를힘겹게진압했지.”
“자기들이창조한생명체에게역으로당한다고요?”
“인간들도 자기가 만든 식칼에다칠수있잖아.그런이치야.”
그러니까. 올드 원 입장에서 보자면 식칼을 만들었는데 시간이 지나서 식칼이 지성을 가지고 주인을 공격한다는 말이지?
그렇게 이해하니 상당히 공포스런 내용이었다.
“계속해서일어나는쇼거스의반란으로올드원들이정신없어하던그때.갑자기지구의광물을탐낸외계종족이날아들어서또다시전쟁을치뤄.”
“…또요?”
아니무슨전쟁을저렇게많이치뤄?
“그결과지구의반쪽을다시내주게되버리지.”
…이쯤되니릴리스가왜이종족을바보같다고말하는지알수있었다.얘네완전….
“그리고또새로운종족이등장하는데그들은올드원들과전쟁을하던도중갑자기증발하듯사라져버렸어.벙찐올드원들의뒤통수를때린건진압했다고생각한쇼거스였어.쇼거스들의반란에패배한올드원들은결국지구의지하로도망쳐버렸지.”
릴리스의말을더듣고확신할수있었다.
‘얘네완전동네북이었네?’
가는곳마다,아니사실얘들은가만히있었는데계속누가와서시비를걸었다.차륜전마냥계속들어오는공격에결국내부사정이터져서망해버린종족이라니.눈물이앞을가리는불쌍한녀석들이다.
“어때웃기지않아?”
“웃기기도하지만조금불쌍하기도하네요.”
“그래?”
“나름생명체도만들정도로강한종족이었는데연이은공격으로무너진거잖아요.조금안쓰럽네요.”
문득접시를내려다보니올드원은어느새앙상하게뼈만내놓고있었다.릴리스의이야기에빠져정신없이뭔가를주워먹다보니이꼴이다.이야기에서도그러더니현실에서도처량하기그지없는모습이었다.
나름창조주라불릴만한종족이지만딱히존경스러운마음은들지않았다.이미잔뜩먹어버리기도했고.
식사를마무리하며입가심으로릴리스가따라준황금벌꿀술을마시던나는문득떠오른것에입을열었다.
“아,맞다.릴리스저오늘오후에외출좀해도될까요?”
릴리스가눈을반짝이며되물었다.
“그래?어디가볼까?정해둔곳있어?”
“아뇨,저혼자다녀올곳이……어….”
삽시간에릴리스의눈빛이가라앉았다.동시에흘러나오는붉은기운.
“…혼자?어디?”
“어……”
어라, 말실수 한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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