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110
총장은한숨을푹내쉬었다.
“하아…”
한숨을푹내쉰총장은지끈거리는머리에관자놀이를꾹꾹눌렀다.
어째수명이다해서죽는것보다스트레스때문에죽을수도있겠다.
“…그래서.뭘어쨌다고요?”
“무속성기초공격-”
“아니아니,그냥옛날말로해요.그게직관적이고편하니까.”
“파워웨이브로세명의학생을날려버렸습니다.”
“날아간학생들은어떻게되었죠?”
“전부꼬리뼈와허리에타박,깔린한명은가벼운뇌진탕입니다.”
“뇌진…”
심란한마음에말을하다만총장은다시깊은한숨을푹내쉬었다.
‘여태껏내쉰한숨보다요근래쉰한숨이더많을것같은건기분탓이겠지?’
그런생각을하며총장은맞은편에앉아있는두사람이보였다.
한쪽은아서로,식은땀을삐질삐질흘리고있었다.
다른한쪽은아서를데리고온레이커드교수였다.
“…레이커드교수는나가보세요.”
“네?하지만…”
반박하려던레이커드는자신을바라보는총장의눈에입을다물었다.
조용히자리에서일어난그는총장에게허리를굽혀보이고는총장실을나갔다.
문이닫히자둘만남게된총장실.
묵직한침묵이흘렀다.
그침묵을깬것은총장이었다.
“차한잔마셔라.”
총장의손짓에찻잔이날아왔다.
따뜻한찻잔을손에쥔아서는머뭇거리며입을열었다.
“저,총장님,그게-”
“마법은어떻게쓴거지?”
자신을바라보는총장의묵직한눈길에아서는찻잔으로고개를박았다.
“흑마법으로…”
“과연,흑마법이라면충분히가능한일이지.”
총장은의기소침해서어깨를쭈그리고있는아서를바라보았다.
안그래도마른아서였는데저러고있으니더연약해보였다.
“…고개들어라.딱히혼낼생각은없어.”
“네?”
“보나마나그놈들이먼저시비를걸었겠지.네가먼저시비를걸성격은아니니까.”
분명릴리스의부재로예민한아서의심기를건드려폭발한결과일것이다.
한 가지 걸리는 것은 그 둘이 귀족 자제라는 건데…
‘뭐,회상마법으로 증거를가져오면 되겠지.’
“그나저나흑마법이라…그건도대체어디서배운거지?”
“네크로노미콘에서요.”
“아하,그래.그게있었군.”
아서는총장의눈치를슬쩍보았다.
마도제국에서,아니사실상대륙전역에서흑마법의인식은바닥을기었다.
대부분의흑마법사들은제물을타인의생명력으로바쳤고,당연히그것은대량학살로이어졌다.
그래서당연히싫어할줄알았는데…
의외로담담한반응이나오자아서는의아한마음이었다.
아서의표정을본총장이픽-웃음을흘렸다.
“왜,내가흑마법을썼다고뭐라고할줄알았나?”
“솔직히…네.그럴줄알았어요.”
“나는딱히흑마법자체에문제가있다고생각하지는않아.오히려꽤나괜찮다고생각하고있어.”
“어…진짜요?”
“그렇다고내가대량학살극을옹호하는입장이냐,그건아니야.나는단지힘없는사람에게정당한대가를바탕으로힘을준다는것이나쁘지않다는거지.”
“힘자체에는선악이없다는건가요?”
“맞아.중요한건그걸쓰는사람이지.네가남에게피해를끼칠녀석은아니니까.”
찻잔을들어올린총장이물었다.
“그래서제물은뭘로바쳤지?”
“제생명력이요.”
“푸훕!”
머금은찻물을그대로뿜어버린총장은황당하다는시선을아서에게보냈다.
남에게피해를안끼칠거라생각은했는데,설마생명력을바쳤을줄이야…
기껏해야피좀바쳤겠지,싶었던총장은뿜어낸찻물도잊고목소리를키웠다.
“너생명력이얼마나-”
생명력의중요성에대해한바탕잔소리를늘어놓으려던총장은문득릴리스가했던말을떠올렸다.
‘황금의벌꿀술.’
‘매끼마다희석해서주고있어.’
총장은마법흘린찻물을치우며속으로고개를끄덕였다.
‘그래,황금의벌꿀술이있다면마냥불가능한건아닐지도…’
“황금의벌꿀술알고있지?”
“어?총장님이그걸어떻게-”
“릴리스가말해줬다.어쨌든그거남아있어?”
“일단아침에한잔마시고오긴했는데…”
“역시남겨두고갔군.그럼문제없다.황금의벌꿀술은생명력회복에는특효약이니까.”
매끼마다릴리스에게생명력을안줘도되니오히려몸에생명력이넘쳐날것이다.
“그럼이제생각해야할것은-”
총장의말을예측한아서가끼어들었다.
“계량이죠. 회복이 빠르다고 한들, 한번에너무많은양을사용하면안되니까.”
“그래,그러기위해서는생명력의총량을알아둘필요가있지.”
자신과똑같은결론에도달한총장의말에아서는자신의생각이틀리지않았다는것을깨달았다.
그리고눈앞의사람이수백년동안살아온대마법사라는사실도.
“혹시총장님은생명력의양을알아낼마법을알고있나요?”
그런아서의말에,
“응?당연하지.그거생각보다간단하던데.”
“……예?”
혹시나해서물어본것인데의외의대답이돌아오자아서는벙찐표정을지었다.
그리고서서히밝아지는표정.
‘역시대마법사!’
하도릴리스앞에서깨지는모습만보여줘서헷갈렸지만,눈앞의사람은수백년동안쌓인방대한지식과뛰어난마법능력으로현자와대마법사의칭호를동시에얻은사람이다.
아서의눈에서존경심이피어오른것을보고총장의입꼬리가꿈틀거렸다.
서둘러찻잔을들어올려입가를가린총장은헛기침을했다.
“흠흠,왜한번보고싶나?”
“네,어떤방식이에요?”
“생명력을빛으로보여주는마법이다.아마가슴언저리에작게나타날거야.”
생명력이빛으로보인다.
그말에아서는순간저번일을떠올릴수밖에없었다.
가슴에서흘러나온찬란하고어딘가익숙하던그빛.
릴리스는그빛이넘친생명력이라고했다.
‘설마이마법으로릴리스가닫아둔문이열리는건아니겠지…?’
만약그렇다면생명력을흡수해줄릴리스가없는지금,밖을돌아다니지도못할것이다.
“저혹시…그마법이생명력을직접끌어내는건가요?”
“아니.그냥가만히있는생명력을시각적으로보여주는거다.일종의염색에가깝겠군.”
‘휴우…’
안도의한숨을내쉰아서는총장을바라보았다.
“제가뭘하면되죠?”
총장은손가락을까딱거리는것만으로아서가앉은의자를평평한침대처럼만들었다.
“일단누워라.”
시키는대로누운아서에게다가가그의가슴에손을올리는총장.
“마법을발동하면이가슴에서빛이보일거다.생각보다작을수도있…황금의벌꿀술때문에작진않겠군.일단한번보자.”
총장은마나를끌어와마법을발동시켰다.
그러자아서는따스한온기가가슴으로스며드는것을느꼈다.
“내마나다.거부하지말고받아들여.”
아서가마음을편하게먹고기다리자잠시뒤,
“봐라.”
총장이손을떼자아서의가슴에서찬란한빛이피어올랐다.
“…음?”
그모습에총장은고개를갸웃거렸다.
‘분명은은한빛으로표현되어야할텐데.왜저렇게강렬하지?’
의아해하는총장과는다르게아서는익숙함을느꼈다.
찬란하면서도따스한,분명저번에느꼈던그빛이었다.
“자,이게네생명력이다.생각보다크기는작-”
총장은말을멈출수밖에없었다.
그도그럴것이…
화악-
아서의가슴에서부터시작하여빛이퍼져나가기시작했다.
찬란한빛은가슴을넘어사지로뻗어나갔다.
순식간에손가락,발가락같은첨단부위까지나아간빛.
“이,이게무슨…”
총장의이마에식은땀이흘렀다.
생명력의빛이강렬한것으로도모자라사지로뻗어나가다니?
‘그레이트올드원의점액질을먹은나조차도가슴을가득채우지는못했다.그런데얘는도대체…?’
더나아갈곳이없자빛은마침내목을타고올라가기시작했다.
턱을넘어얼굴을비추고마침내머리끝까지빛이도달하자-
우우웅!
아서의몸에서기묘한파동이뿜어져나왔다.
“뭐,뭐야?!”
파동이공기층을진동시킬때마다빛은강렬함을더해갔다.
우우웅!
점점강해진빛은더이상똑바로바라볼수준이아니었다.
총장실을가득메운빛때문에총장은눈을질끈감았다.
“젠장,도대체뭐야!”
욕지거리를내뱉은총장이마법을취소하려던그때,
쿵!
커다란진동이온사방을흔들었다.
흔들린바닥에주저앉은총장의귀로비명소리가들려왔다.
“꺄아아악!”
“지,지진이다!!”
쿵!
쿵!
총장은그진동이빛의파동과함께일어난다는사실을깨닫고곧장마법을취소했다.
우우웅…
총장이마법을취소시킴과동시에빛과파동이점차약해졌다.
파동이약해지자자연스럽게진동또한점차사라져갔다.
마침내눈을뜰수있을정도로빛이약해지자총장은천천히눈을떴다.
그리고창문으로다가가보자…
“…허.”
아카데미내부는그야말로엉망이었다.
패닉에빠진학생들이넓은수련장으로달려갔고,바닥은쩍쩍갈라져있었다.
분명아카데미를지을당시총장이심혈을기울여온갖마법을중첩시켜절대적인내구성을자랑하는바닥이갈라진것이다.
“이게도대체…”
원인을따라간총장의시선이아서에게향했다.
전신에서은은한빛을내뿜고있는아서는누가봐도평범한상태가아니었다.
눈을꼭감고있는것이기절한것같았다.
“아서!아서!정신차려봐라!”
어깨를잡아흔들자아서가천천히눈꺼풀을들어올렸다.
“으음…”
눈을뜬아서를마주본총장은작게읊조렸다.
“이런빌어먹을…”
총장이마주본아서의눈은찬란한빛을머금고있었다.
—-
한편,
어둡고,또어두운.
끝없는어둠이사방을잠식한공간.
어디를보아도심연이보이는것같고,또누군가가자신을바라보는것만같은기분이드는그곳은그야말로절대심연이라는이름이어울리는음험한공간이었다.
평범한생명체는결코도달할수없고,만약도달한다고해도곧바로죽거나미쳐버릴공간이었지만,현재이공간에는유무형의존재들이가득차있었다.
각자가막대한존재감을내뿜는거대한존재들.
만약인간이이곳에들어온다면그압도적인존재감에눌려그대로압사당할것이다.
그런곳에서몇안되는육신을가진존재가있었는데,
그중붉은입술을짓씹으며사방에서오가는의념을읽어내는여성,
릴리스는1초라도빨리이회의가마무리되기를바라고있었다.
그런데,
쿵!
어둠을울리는강렬한진동에사방을가득채우던의념이순식간에사라졌다.
그리고보이지는않지만수많은존재들의시선이한곳으로몰렸다.
쿵!
쿵!
절대심연의중심부.
인간의상식으로는이해할수없는기괴하면서도아름다운옥좌,
혼돈의옥좌가울리고있었다.
쿵!
쿵!
그때어떤존재의의념이회의장에울렸다.
-아,아버지시여…?
그것을 시작으로 사방에서 의념이 오갔다.
혼란스러운상황속에서릴리스의고개가돌아갔다.
진동과함께 느껴지는 희미한파동.
릴리스는그파동에서어딘가익숙함을느꼈다.
‘…아서?’
[!– Slider main containe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