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Couldn’t Afford to Buy Mana, so I Started Streaming

Chapter 727




후우우…

하나, 둘, 셋.

“아빠야, 보고싶었다야!”

[너 대체 거기가 어디라고 &@#!#&¿$&!]

“우앗…”

나는 이어폰 두쪽을 귀에서 멀찌감치 떨어뜨렸다.

마치 스피커폰 모드로 전화하는 듯한 성량.

머리를 부르르 털고 다시 천천히 대화를 시도해보았다.

“아쁘아아…”

[하아아아… 멕시코엔 대체 왜 간 거야. 분명 텍사스에 간다고 했잖니.]

“잠깐 멕시코에 일이 생겨서요. 마선 공장도 셧다운 되고, 드리밍 모드 접속에도 문제가 있다고 해서. 어차피 바로 옆이니깐 동네 마실 나가는 김에…”

[멕시코가 텍사스 옆동네야? 나라가 다르잖아 나라가! 하이고 나메야, 아빠 올해 들어서 제일 놀랬어… 뉴스를 보자마자 눈앞이 깜깜해지고 머릿속이 새하얘지는데.]

“화는 안 나셨어요…?”

[노나메.]

“네에…”

[아빤 정말로 별 생각이 다 들었다. 나메한테 짜증이 나고 화가 나는 걸 넘어서, 단지 그냥 공포스럽더라. 혹시라도 나메가 어디 잘못됐을까봐…]

천교수는 계속 한숨을 푹푹 쉬었다.

지금이 아빠의 화를 풀어줄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다.

부스럭-

침대 위에 무릎을 꿇은 뒤 두 팔을 번쩍 들고 셀카를 찍었다.

[그렇다고 아빠 아직 화 풀린 거 아니니까 얼렁뚱땅 넘기려고 하지 마라.]

“앗… 네엥…”

내 행동은 곧바로 제지당했다.

그래도 이왕 찍은 사진은 아까우니 전송하기로…

[▶노나메: (사진.jpg)]

[▶노나메: 나메 반성 중]

“반성중임미댜 아버지…”

[허. 내가 널 우짜면 좋냐…]

“지금이 딱 좋다고 생각해요. 제가 이렇게 막 나갈 때마다 아빠가 적절하게 브레이크를 밟아주면.”

[야이쒸. 브레이크 수명이 먼저 다하겠다!]

“많이 걱정하실까봐 하는 말인데, 저 나름 안전하게 대비하고 갔어요. 5서클 소립자 방벽에, 마석도 몇 억원 어치나 챙기고, 저장탑 통신 끊길까봐 인공위성까지 대동했거든요? 저도 제 몸이 소중한 걸 아니까.”

[아는데도 그러면 어떡하니. 그런 마경에는 아예 갈 생각도 말아야지.]

“에이. 그건 너무 갔다. 다 사람 사는 곳이에요. 나쁜 사람도 많지만, 착한 사람도 많고 히히.”

[어휴 내 머리야… 다친 데는 없고? 뉴스 보니까 죽은 사람도 몇 명 있다는데 딸내미가 충격먹었을까봐 걱정이다.]

“아쁘아아…”

[응?]

“팔이 아픈데 옆에서 호 해주는 사람이 아무도 없어서 서러워요.”

[다쳤어? 설마 다친 거냐? 내 그러니까 *&@*#^@!]

천교수가 다시 혼을 냈다.

하지만 이번만큼은 나는 고막의 건강을 포기하기로 했다.

잔소리를 들으면서 입꼬리가 저절로 올라갔다.

혼자인 게 가장 서럽게 느껴지는 순간은, 내가 아파도 챙겨줄 이가 없을 때였다.

부상을 입은 사자는 초원 한가운데에서 쓸쓸히 죽음을 맞이한다고 했다.

포식자에게도, 피식자에게도 더는 존재의 의미가 없는 존재.

세상의 한켠으로 밀려난 그 고독은 아마 상상조차 허락되지 않는 깊은 어둠이었으리라.

그러므로 나는 지금 찬란한 빛을 만끽하고 있었다.

눈부신 그 빛은 내가 실명될까 염려한 듯, 소리의 결을 타고 부드럽게 내려앉았다.

“흐흥, 심한 건 아니에요. 근데 오른팔에 과부하가 조금 심하게 걸려서. 국가교류전 전까지는 어찌저찌 회복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일단 캐스팅은 당분간 왼손으로만 연습해야 되겠어요.”

[퇴원은?]

“애초에 치료할 것도 없었어요. 병원에서는 화상연고 정도만 처방받고… 내일모레 퇴원하고 다시 텍사스로 가려고요.”

[그럼 아빠도 텍사스로 가보마.]

“네? 아니요 아니요! 아빠는 샛별이랑 루리 챙겨주셔야죠!”

[딸이 다쳤다는데 어떻게 집에서 손가락만 빨고 있니!]

“안 돼요! 아빠는 8월에 오세요!”

그렇게 한참동안 실랑이를 벌이고 겨우겨우 아빠를 설득할 수 있었다.

“아빠 사랑해요. 걱정해주셔서 솔직히 기분 좀 좋았어요.”

[어휴… 다치지 말아. 알겠지?]

“네! 조심히 들어가세요.”

전화를 마치고 나는 SNS를 마저 작성했다.

그리고 그날 저녁 한번 더 전화가 왔다.

뚜루루루-

[📞아빠]

‘하루치 애교는 다 썼는데.’

이 정도면 우리 충분히 사랑을 주고받지 않았을까.

가족이든 연인이든 너무 가까워지면 오히려 사이가 멀어지기 마련이다.

나는 조용히 핸드폰을 뒤집어두고 병원 환자들과 함께 찍은 사진들을 전송했다.

[▶노나메: (사진1.jpg)]

[▶노나메: (사진2.jpg)]

[▶노나메: (사진3.jpg)]

[▶노나메: 아빠 땨랑해 🙂 ]

[▶아빠: 전화 받으라고 나메야!]

* * *

앙헬레스 치와와 병원의 입구.

“웜메. 사방에 군인들이 쫙 깔렸네…”

“병원에 노나메님이 계시잖어. 진작에 이렇게 토벌할 수 있던 걸 대체 몇 년씩이나 눈 감아준 건지 원.”

“눈도 마주치지 말어. 어차피 다 한통속이니깐.”

멕시코 헌병대들은 완전무장한 채로 병원 앞을 지키고 있었다.

시민들은 노골적으로 눈살을 찌푸리며 군인들을 향해 수근거렸다.

이를 의식한 군인들은 차마 반박하지도 못하고, 고개를 숙이거나 시선을 피하며 묵묵히 그 자리를 지킬 뿐이었다.

오늘 그들에게는 임무가 있었다.

‘정말로 시날로아 놈들이 조직원을 바칠까?’

모두가 숨을 죽이고 있던 그때.

멀찌감치서 심상치 않은 트럭이 나타났다.

“저기다! 모두 방벽 가동!”

부대장이 소리를 치자마자 트럭의 뒷문이 열렸다.

“내려!”

““끄아아아아악!””

수십 명의 남녀를 시멘트 부어버리 듯 내동댕이 치는 상황.

트럭이 떠나고, 헌병대는 대열을 갖추어 속옷차림의 조직원들을 둘러쌌다.

‘이 녀석들은?’

“끄으으으…”

“사, 사, 살려만 주십시오…!”

온몸에 가득한 멍자국, 탱탱 부어오른 얼굴, 혼이 나간 시선.

도로는 한순간에 오열의 장으로 변모했다.

‘칼초나 놈들이야… 틀림없어.’

한 때 도시를 주름잡던 이들의 말로는 더없이 초라하고 비참해보였다.

젊은 군인들의 심장이 뜨거워졌다.

일국의 헌병대가 겨우 이런 모지리같은 놈들을 못 잡아들여서 쩔쩔맸단 말인가?

‘힘이 없는 게 아니다. 윗대가리들이 전부 부패한 거다. 그러지 않고서야…’

어느 군인은 입술을 꽉 깨물었다.

그리고 이것은 비단 어느 개인만의 생각이 아닐 터.

“오, 때맞게 도착했네?”

“들어가시면 안 됩니다…!”

한편, 군인들의 제지를 무시하고 점점 다가오는 소녀.

“너희들이 연대책임을 그렇게 좋아하길래 불러봤어. 보스가 나한테 아주 큰 잘못을 저질렀거든.”

나메가 양갈래를 휘날리며 걸어왔다.

“멈춰라.”

“왜요? 얘네들 다 내가 부른 건데.”

멕시코 헌병대장이 그녀의 앞을 돌연 막아섰다.

“정부가 해결할 일이다. 외국인이 신경 쓸 문제가 아니야.”

“충직한 군인이시네요. 당신의 복무에 감사드리고 존경합니다.”

“고맙군.”

“그런데 카르텔들이 마력발전소까지 장악할 때 뭘 했어요?”

“우리는 그동안 수많은 카르텔 수뇌부를 잡아넣고 조직원들을 토벌했다.”

“그러는 동안 새로운 조직이 카르텔의 빈자리를 채우고, 또다시 새로운 조직원들을 뽑았겠죠.”

“… 움직이지 마. 한번만 더 선을 넘으면 무력을 사용해 체포하겠다.”

“으음 선이 어디지? 여기 쯤인가?”

나메는 샌들에서 툭 튀어나온 발가락을 꼬물거리며 슬금슬금 앞으로 나갔다.

“체포해!”

“…”

헌병대는 망설였다.

상대가 노나메다.

일국의 고위마도사, 그것도 외교관 신분에 준하는 인물.

정말 이런 상황에서 헌병대장의 말을 따르는 게 맞을까?

그게 군인으로서 올바른 처신일까?

“뭐해 체포하라니깐!”

“쯧. 그럴 줄 알고 당신들이 좋아하는 서류 가지고 왔어요. 자 여기.”

나메는 네모난 백팩에서 빳빳한 종이 서류를 꺼내 헌병대장의 가슴팍에 내밀었다.

부들부들-

나메는 까치발을 들었다.

[국제형사사법공조조약에 따른 고위마도사 특별군사개입허가서]

“세상에 미리 챙겨서 나쁠 거 하나도 없다. 그쵸?”

그녀가 첫날부터 멕시코 대사관에 들린 이유였다.

“들어가라.”

“감사합니다. 그리고 도로도 한 차선만 쓰면 되겠구만 뭘 다 점거하고 있어요. 거기 너희들! 범죄자들 모두 중앙 인도로 옮기고 도로 통제 풀어! 빨리 안 움직이냐!”

“넵!”

“저항하는 놈 있으면 대갈통 부숴버리고. 그래 거기.”

“…!”

대령의 눈이 삽시간에 커졌다.

아무리 나메가 고위마도사라고 한들 군인들이 그녀의 말에 따를 의무는 없었다.

헌데 틈만 나면 농땡이를 피우는 나태한 헌병들이 나메의 명령을 척척 따르는 게 아닌가.

그의 상식으로는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아, 대령님 아직 점심 못 드셨죠? 여기 카드 줄 테니까 절반 데리고 근처에서 점심 사드세요. 다 먹었으면 절반은 교대하고. 아직 보니까 조직원들을 덜 데려온 것 같은데 저녁까지 계속 기다려봅시다.”

“괜찮다.”

“빨리 데리고 가세요. 괜히 집중력 떨어졌다가 누구 하나 탈출하는 꼴 보이지 말고.”

나메가 카드를 억지로 쥐여주고는 대령의 등을 떠밀었다.

부하에게 현장을 맡긴 뒤, 식당으로 향하는 헌병대장.

멀찌감치서, 그는 노나메 마도사가 있는 로터리 광장을 뒤돌아보았다.

“저 아이가 멕시코에서만 태어났어도… 아니다 모르겠군.”

“왜 그러십니까?”

“확신이 안 가서 말이야. 그나저나 오랜만에 긴장하니 허기가 지네.”

“하하, 저는 오늘 시날로아랑 싸우다가 장렬하게 전사하는 날인 줄 알았습니다.”

대령은 여전히 확신을 하지 못했다.

나메가 멕시코에서 태어났더라면.

카르텔들의 악몽이 될지, 카르텔들의 대부가 될지.

‘어느쪽이든 멕시코를 혼란 속으로 빠뜨리는 건 똑같겠구나.’

* * *

보통 조직의 수장이 제거되면 조직원들은 바퀴벌레처럼 숨는다.

그리고 그들은 시간이 지나면 다른 조직으로 자연스럽게 합류한다.

경찰이나 군인들 입장에서는 민간인들 사이에서 그들을 솎아낼 방법이 전무하다.

그러나 역시 카르텔은 카르텔.

그들의 정보력은 언제나 우리의 상상을 초월했다.

이날 정오까지 시날로아는 도합 230명의 로스 칼초나 갱단들을 바쳤다.

조금 지각한 조직원들까지 합하면 250명이나 됐다.

그들은 하나같이 초라한 속옷 차림으로 무릎을 꿇고 포박되어 있었다.

어느새 수많은 시민들이 구경을 하러 로터리 광장으로 모여들었다.

“우우우우우!”

“죽어라 이 머저리 같은 놈들!”

지역 상인들이 가게를 닫고 우르르 찾아왔다.

칼초나의 몰락을 누구보다도 바라던 사람들이었다.

그들은 실시간 스트리밍을 하며 현장을 중계하였다.

나는 대령에게 넌지시 말했다.

“카르텔의 힘을 줄이려면, 무엇보다 아이들의 동경심부터 뿌리 뽑아야 돼요.”

“동경심?”

“네. 카르텔이 위험하고, 잔악무도하고, 강하다는 걸 백날 어필해봤자 달라지는 건 없어요. 오히려 비웃음과 조롱의 대상으로 만들어야 하죠.”

주류로부터 배척받는 걸 자랑스럽게 여길 수는 있어도, 무시당하는 걸 원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일례로 미국에는 한인 갱단이 거의 없다시피 해요. 왜 그런지 아세요? 20세기 후반 LA 폭동 당시 전부 쫄아서 튀어버렸거든요. 그래서 이후에는 전부 얘네들을 병신으로 본대요.”

“로스 칼초나도 같은 취급을 받을 것이란 뜻이냐?”

“그런 셈이죠. 아 칼초나 걔네들? 하루만에 본거지 함락돼서 빨개벗고 나온 애들 말이야? 이런 식으로 흐흥.”

“그게 정말 효과가 있을까?”

“아니면 부모들이 먼저 그런 인식을 가지는 것도 좋아요. 그렇다면 자식도 이를 부끄럽게 여겨, 갱단 활동을 하더라도 최소한 파트타임으로 할 테니까. 근데 파트타임 갱단? 하, 이딴 조직이 제대로 돌아갈 리가 있겠어요?”

물론 모든 게 하루만에 드라마틱하게 바뀌지는 않을 것이다.

치와와 시티에는 다른 마약 카르텔들이 조용히 들어와 빈자리를 채우게 되겠지.

하지만 이전만큼 큰 위세를 부릴 수 없을 것이다.

적어도 칼초나만큼 설쳐대면 숙청된다는 선례를 제대로 남겨버렸으니까.

나는 마지막으로 치와와 시티 대중들 앞에 나서서 소리쳤다.

[시전: 보강간섭]

“안녕하세요 노나메입니다!”

““와아아아아아아!””

“딱 한가지만 말씀드리고 저는 텍사스로 떠날게요!”

““노나메! 노나메! 노나메! 노나메!””

“매일매일 꿈을 꾸세요! 소중한 꿈을 간직하세요! 그리고 절대로 꿈을 잃어버리지 마세요! 감옥에는 드림 캡슐이 없다고요! 아시겠나요?”

““와아아아아아아아!””

멕시코에서의 일정이 이렇게 모두 마무리되었다.

* * *

[NoName]

[Grand Theft Auto XII – 준법시민입니다.]

[방송 시간 – 0:31:06]

[시청자 수 – 371,124]

[‘얼레디플레이어’님이 50,000원 후원!]

-흠… 이건 좀 논란이 될 수도…?

“아 왜요… 게임은 다르잖아요.”

[‘tnqls121’님이 20,000원 후원!]

-아니 고속도로에서 1차선 정속주행 하지 말라고ㅋ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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