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42
1.
밀레니엄 학생들이 사용하는 총기들은 대체로 엔지니어부 아니면 외부에서 구입하는 형태로 이루어진다.
처음 아리스가 밀레니엄에 입학하고 레일건을 손에 넣었을 때도 마찬가지로 엔지니어부에서 총기를 고르다 레일건을 선택하지 않았던가.
마찬가지로 내가 사용할 총기 또한 엔지니어부에서 찾게 된 것은 당연한 선택이라고 할 수 있었다.
“어떤 총기를 찾는데…?”
“사용하기 편한 것. 근접에서도 유용하게 쓸 수 있는 것. 그리고 무엇보다 내 전투 방식에 맞는게 좋지.”
“으음. 알겠어….”
살면서 총이라곤 잡아본 경험도 없는 나였다.
처음부터 다루기 어려운 총기보다는 단순히 무작정 쏠 수 있는 무기를 찾아내는 것이 가장 편리했다.
그렇기에 내가 의견을 낸 것은 다름아닌.
“미카모 네루 선배의 무기랑 비슷한 총기, 말이야?”
“응. 내 전투 스타일도 근접전에 가깝잖아.”
네루. 그녀의 총기와 비슷한 형태의 무기.
C&C의 네루는 근접전에 한정하여 키보토스에서 최강이라고 평가받는다. 일전의 네루와의 대련에서 패배한 것도 네루의 그라운드라 할 수 있는 근접전 전투 방식을 펼쳤기 때문이라는 점이 클 것이다.
하지만 이제와서 내 전투 스타일을 변경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기에 나는 그녀의 방식을 오히려 채용했다.
그렇게 내가 선택하게 된 총기가 바로, MP7이라 불리우는 기관단총. 네루가 사용하는 MPX와 닮아있는 형태의 총기였다.
“사격은 잘 못하는구나? 익숙하지 않아서 그런가.”
“네, 뭐. 그런거 같네요.”
다만, 아직 총기를 다루는게 미숙한 탓인지 사격 실력이 미진하다는 것. 그게 유일한 문제였다.
“큰 문제는 아니네요.”
“…그래?”
“총은 점차 익숙해지면 되는 문제고, 정 안되면 다른 무기를 쓰면 되는거 아니겠어요.”
“으, 응?”
“다른 무기라니 그게 무슨-”
“그러니 우타하 선배. 히비키. 상담하러 가시죠. 새로운 무기에 대한 아이디어가 떠올랐습니다.”
“…….”
“…….”
두 사람은 침묵하며 두려움에 찬 눈빛을 지었다.
일전에 방패를 만들 때 고생한 것이 생각났는지 이제는 내가 장비를 만들자는 이야기만 꺼내도 저런 눈빛을 보내오곤 했다.
이번엔 그리 어려운건 아닌데.
“괜찮습니다. 이번에 의뢰할건 그리 어려운거 아니에요. 진짜 어려운건 나중에 돈 많이 벌었을 때 만들거니까요. 하하하.”
“……어?”
“나중에, 만든다고……?”
마치 먼 미래에 종말이 다가온다는 말을 들은 과학자들의 표정이 저러할까.
나는 상쾌한 미소를 지으며 그녀들을 붙잡았다.
그리곤 이제 익숙한 장소가 된 상담실로 끌고갔다.
“하하하. 가시죠.”
“아, 안 돼! 이거 놔……!”
“으읏…! 쉬게 해줘……!”
어림도 없지.
이후, 우리는 메챠쿠챠 무기 제작했다.
2.
콰앙-!!
건물에서 뛰어내린 C&C의 멤버들이 품 속에서 꺼내는 무언가를 던지고 앞으로 달려나간다.
거친 폭음이 울려퍼지기 무섭게, 발전시설로 퍼져나가는 혼란과 함께 이곳저곳에서 고성이 들려왔다.
“아악! 내 눈!”
“젠장, 적습! 적습이다!”
“위에서 내려온다! 다들 막아!”
섬광탄에 휘말린 몇몇 이들이 눈을 가리고, 빠르게 반응해 시야를 지킨 나머지 인원들은 본능적으로 총구를 치켜들며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허나, 그들은 순간적으로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
“어?”
“미친, 뭔 하늘에서……!”
메이드복을 입은 정체 불명의 소녀 다섯이 자신들을 향해 총구를 겨누고 있는 모습이 보였으니까.
뒷세계에서 활동하는 이들답게 저 소녀들의 정체가 무엇인지 대충 짐작했으나 그렇기에 더더욱 눈동자를 덜덜 떨 수밖에 없었다.
“C&C……!”
“망할, 왜 저년들이 이곳에!”
밀레니엄에서 C&C란, 공포의 상징이었으니.
푸쉬이이……!
그때, 섬광탄이 터진 직후 곧바로 펼쳐지는 연막.
두려움에 몸을 떨던 적들을 현실로 기상시키는 소음과 연기에 본격적으로 총성이 곳곳에서 울려퍼졌다.
“리더, 우리는 진입할게!”
“여기는 맡기겠습니다.”
“그래!”
그 순간을 기점으로 네루와 히이로는 사전에 약속했던 대로 외부 잔당을 소탕하기 시작했다.
섬광과 연막을 통해 얻어낸 기세를 업고 두 사람은 마치 전차처럼 나아가 적들을 쓰러뜨렸다.
절그럭- 하는 사슬 소리와 함께 네루의 주홍빛 머리칼이 점멸하듯 빠르게 움직인다. 전투 자체가 즐겁다는 듯이 살벌한 미소를 머금은 네루는 단숨에 적들과의 거리를 좁히며 그들에게 총을 쏘았다.
“하하하! 약해빠졌구만!”
“으아아악!”
마치 짐승에게 덮쳐지는 듯한 반응이 곳곳에서 터져나온다. 실제로도 다르지 않으리라. 네루는 말 그대로 본성에 따라 몸을 움직이며 적들을 제압해나갔으니.
날아올라 적들을 발로 차고, 적들을 일종의 지형지물로 삼아 사슬로 기동력을 높이며, 자신을 향해 사방에서 적들이 다가오면 몸을 회전시켜 총을 쏜다.
강력한 신체능력과 체술, 그리고 사격술을 섞어가며 싸우는 모습.
패닉에 빠진 적들은 쉽사리 네루의 움직임을 따라잡지 못했다. 섬광처럼 움직이는데다 체구가 작은 만큼이나 그녀의 움직임을 눈으로 쫓기도 힘들었다.
다만.
“적의 페이스에 휘말리지 마라! 화망을 구축하고 다가오지 못하고 쏘라고!”
“연막 밖으로 물러서서 대응해!”
적들이 쓰러질수록 혼란이 가중되는 만큼, 그것을 깨우려는 이들도 존재하는 법.
이미 뒷세계에서 전투에 능해진 몇몇 이들이 상황을 빠르게 파악하고 동료들의 정신을 일깨웠고.
이어서.
투콰아아앙─!!
“우왓! 깜짝아! 맞을 뻔 했네!”
적들이 운용한다는 전차와 드론이 본격적으로 움직임을 개시하며 적들의 눈에 이채가 감돌았다.
마치, 이 정도면 할만한데? 라며 희망을 품는 듯한 눈빛. 그에 네루는 물론이고, 마찬가지로 연막 속에서 적들을 쓰러뜨리던 한 소녀가 헛웃음을 흘렸다.
“제가 가겠습니다.”
“그래. 여긴 내가 정리한다.”
네루는 히이로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고 등을 돌렸다.
히이로는 네루에게 등을 맡기며 여러 개의 전차가 포진되어 있는 장소를 향해 나아갔다.
걸어가는 과정에서 히이로는 잠시동안 지그시 눈을 감고 감각을 넓게 퍼뜨리며 공간에 있는 모든 정보를 읽었다.
그리고─.
“흐읍-!”
온 힘을 다해 방패를 던진다.
쾅! 쾅! 쾅! 쾅!
“뭐야?!”
어딘가에서 날아든 방패가 하늘을 날던 드론 몇 기를 단숨에 파괴시키며 지상에 추락시켰다.
그에 적들의 눈빛에 다시금 당혹감이 감돌기를 잠시.
“어, 어어! 뭐야, 저 년!”
“죽고 싶어서 환장했나! 쏴!”
드론을 파괴했던 방패를 치며든 백발의 소녀가 연막에서 뛰쳐나오는 모습이 이어졌다.
연막 속에서 뛰쳐나온 소녀를 발견한 적들이 자리를 지키며 총알을 쏟아부었지만 그들의 총알은 소녀에게 닿지 않았다.
그녀가 앞으로 내세운 방패가 모든 총알을 막았으니.
“왜 안통하는거야!”
“아오! 유탄이라도 쏘라고!”
모든걸 막아내며 거리를 좁히는 소녀를 바라보며 당황한 적들이 드론과 유탄을 가용하며 소녀를 향해 쏟아부었지만 여전히 밀려나지 않는 모습.
“아아악!”
“끄르르륽!”
거기다, 무차별적은 공세 속에서 소녀는 아주 찰나의 순간에 생겨나는 빈틈을 알아채고 그물이나 공 같은 물건을 적들에게 던져 감전시키기까지 하였다.
번져가는 당혹감에 적들이 당황하던 그 순간, 전차가 장전을 마쳤는지 철컥- 하는 소리와 함께 강렬한 열기를 토해냈다. 그리고 이내.
투콰아아앙─!!
자신을 향해 달려오던 소녀에게로 쏘아지는 포탄.
과연 이것까지 막아낼 수 있을까, 하며 적들이 기대감 어린 표정을 지었으나.
“지랄을 한다.”
백발의 소녀는 아주 가볍게 지근거리에서 쏘아진 포탄을 어깨를 틀어서 피해냈다.
그 순간을 기다렸다는 듯이 순식간에 가속하며 전차에 가까워진 소녀가 휘두른 방패가 전차에 닿자-
콰아아아앙──!!
폭발 소리와 같은 굉음이 울려퍼지며, 단숨에 찌그러진 전차의 옆 모습이 모두에게 보였다.
방패 한번 휘둘렀다고 전차가 망가져? 눈앞에 펼쳐진 비현실적인 광경에 지켜보던 모두의 눈이 휘둥그레 떴으나 히이로는 그 기세를 놓치지않고 적들을 향해 달려들었다.
“오, 온다!”
급히 정신을 차리고 대응하기 시작한 적들이었지만-
히이로가 휘두른 방패가 한 헬멧단의 안면으로 찍혀들어가는 것을 목격하자, 그들 모두는 알아챘다. 자신들이 내린 선택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말이다.
콰아앙!
방패에 얻어맞은 헬멧단이 마치 야구배트에 얻어맞은 공처럼 날아가 바닥을 구른다.
그 광경에 눈앞에 있는 존재가 얼마나 강한 힘을 지녔는지를 실감한 적들의 표정이 새파랗게 질려갔다.
당장이라도 자신의 걸음을 멈추며 이 상황이 꿈이길 빌 정도로 그들의 마음 속에 공포가 피어올랐다.
물론,
그럼에도 히이로는, 비극적인 현실은 멈추지 않았다.
방금까지 전차를 깨부쉈던 방패가 이제는 자신들의 머리를 향해 날아드는 모습을 보게 된 적들은 허탈한 웃음을 흘리며 자신들을 향해 쏟아지는 재앙을 마지막으로 기억이 끊어지고 말았다.
더 나아가.
“왜, 공격이 안통하는-!”
“이게 사람이 가능한 움직임이냐고!”
초현실적인 힘과 더불어 그녀가 보여주는 움직임마저 공포스럽기 그지없는 것이었다.
그저 빠르게 움직이는 것이 전부인 네루와 달리, 전신에 눈이 달려있는지 어느 방향에서 공격이 날아오더라도 피해내며, 가까이 오는 모든 적들을 순식간에 방패와 다양한 무기로 제압해낸다.
공격도 안통하고, 그 실력을 가늠할 수도 없는 존재.
괴물. 모든 이들의 머릿속에서 히이로를 표현하는 단어는 바로 그것이었다.
3.
순식간에 적들을 휩쓸어버린 히이로.
그 모습에 네루는 혀를 내두르며 고개를 저었다.
“어우, 후배 자식. 살벌하게도 팬다.”
“선배가 할말인가요.”
너는 사람 패면서 웃잖아, 이 자식아.
“난 그래도 얼굴은 안노려, 임마.”
“고통은 빠르게 끝나는게 좋다고 하죠.”
“하! 말대꾸하긴. 됐다 됐어.”
“제가 이겼네요.”
“아앙?! 다시 붙어, 이 자식아!”
“싫습니다.”
전투 중간중간 튀어나오는 대화였지만, 우리는 안다.
사실상 전투가 모두 끝났음을.
밀레니엄 최강인 네루와 비견되는, 어쩌면 더욱 능숙한 다수전을 펼치는 히이로의 모습은 그곳에 있는 이들은 순식간에 전의가 꺾게 만들었으니까.
“괴, 괴물……!”
“이건 못이겨, 못 이긴다고……!”
거기다, 아까와 마찬가지로 방패를 들고 바깥에 있는 드론들이랑 전차를 전부 부숴버리니 조금 남아있던 전의를 불태우던 적들마저 기세가 꺾여버렸다.
심리적으로도, 물리적으로도.
재빠른 기동력과 기술로 빠르게 연막 속을 활주하며 적들을 쓰러뜨리는 네루와,
방패와 초감각을 활용하여 공방일체를 선보이며 다수를 순식간에 제압하는 히이로까지.
둘의 조합이 그야말로 폭발적인 시너지를 발생시키며 상황을 순식간에 종료시키고 만 것이다.
“여기는 마무리했습니다.”
“나도 끝났다. 이제 내부로 들어가자고.”
두 소녀를 마주한 적들은 속으로 생각했다.
밀레니엄에는,
괴물이 두 마리나 존재하고 있다고.
그 사실을 머릿속에 각인하며 그들을 의식을 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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