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ue Archive] I Became a Superhero in Kivotos

Chapter 34



1.

“선도부장을 만나려고 합니다.”

[…충분히 생각하고 내린 결정인거죠?]

“당연하죠.”

게헨나에 도착하고 며칠이 지나고 내린 결정.

그것은 바로 게헨나의 선도부장인 히나와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겠다는 것이었다.

이유는 간단했다.

앞으로 게헨나에서 활동을 이어가려면 선도부장과 친분이 있는 편이 더 수월할 것이라는 것.

그리고 내가 알고 있는 히나라면 나를 적대하지 않으리라는 일말의 확신과 단순히 내 조그마한 욕심.

히나는 내가 전생에서도 좋아했던 캐릭터였기에,

게헨나에 왔는데 그녀와 만나지 않고 돌아가는 것은 조금 아쉬웠다.

당연하게도 내 결정을 듣고 우려를 표하시던 히마리 선배였지만 물러서지 않고 설득을 이어가자 결국 한숨을 내쉬며 수긍하셨다.

[…하아, 왠지 불안해서 그래요.]

아마 내가 선도부장에게 붙잡히게 될 것을 불안해하는지 작게 중얼거리는 히마리 선배. 나는 안심하라며 확신에 차 말했다.

“제 실력 아시잖아요. 쉽게 안붙잡힌다니까요?”

[당신을 걱정하는게 아니라, 다른 쪽이 붙잡힐까 걱정…. 아니에요. 다녀오세요….]

“?”

어딘가 불안해하는 듯한 히마리였지만 나는 고개만 갸웃거리곤 말했던 대로 히나를 만나러 갔다.

진입 동선이나 내부 병력 편성, 히나의 스케줄과 같은 정보들을 사전에 수집하고 계획을 짰다. 가장 최적의 순간에 히나와 만나기 위해서.

그렇게 게헨나에 도착한지 딱 6일째가 되는 날.

나는 히나와 마주쳤고,

그대로 굳어버릴 수밖에 없었다.

‘……와, 미친.’

작은 체구. 새하얀 머리칼. 날카롭게 빛나는 보랏빛 눈동자. 길쭉한 속눈썹과, 어딘가 나른한 분위기.

선도부장실에서 히나를 두 눈에 담은 순간, 나는 방금까지 세워두었던 수많은 계획들이 머릿속에서 물거품처럼 사라져감을 느꼈다.

처음 든 생각은, 이쁘다는 것.

아니 그냥 이쁜게 아니라 존나 이쁘다.

게임에서 보았던 일러스트가 히나의 미모를 다 담아내지 못했다는 것을 실감하며, 내가 이어서 떠올린 생각은 바로…….

‘히마리 선배 미안해요.’

사전에 이야기했던 것과는 다르게 흘러가리라.

그런 직감을 느끼고 속으로 히마리에게 사과했다.

‘나, 히나 같은 사람이 이상형이었나?’

나조차도 모르는 이상형을 깨달으며, 나는 히나의 얼굴을 빤히 쳐다볼 수밖에 없었다.

……존나 이쁘다.

볼 한번만 만져보면 안되나?

2.

결국, 나와 히나의 만남은 기존의 목표했던 친분 쌓기와 정보의 전달이라는 목적과는 사뭇 달라지게 되었다.

물론 착실하게 친분은 쌓였고, 내가 알고 있던 정보들도 전달하기는 했다. 특히나─.

“마코토가, 아리우스와?”

머지않아 체결될 에덴조약에 관한 내용들을.

그리고 그 외에도 인지하고 있는 수많은 정보들도.

현재 시점에선 진행되지 않았을 이야기일지 모르나 상관없었다. 내 정보가 훗날에 들어맞는다면 그것으로도 히나에게 큰 도움을 주게 되는 것이니.

다행스럽게도 히나는 내 이야기를 진지하게 들어주었다. 아니, 진지한 것을 넘어 내가 꺼내는 모든 이야기들을 아주 재밌다는 듯이 들어주었다.

‘개이쁘네, 진짜…….’

그 과정에서 히나가 내 이야기에 설핏 미소를 흘리면 어딘가 가슴 한켠이 간질거리는 것이 느껴졌다.

그럴 때마다 나는 어딘가 홀린 듯이 히나의 입꼬리를 눈으로 쫓고만 있었다.

때로는 무심코 그 말을 꺼내버릴 정도로.

“히나는 참 이쁜거 같아요.”

“으, 응? 내가 이쁘다니. 무, 무슨 소리야.”

“그냥요. 보는데 너무 이뻐서 계속 눈으로 쫓게 되네요. 아무래도 저 히나한테 반해버린거 같은데.”

“…….”

그런 말들을 꺼내들 때면 히나의 말수는 급격히 줄어들었다.

다소 붉게 물들은 얼굴과 파르르 떨리는 눈동자가 귀여웠다. 나는 그 모습에 만족스럽다는 듯 베시시 미소지으며 태연하게 말을 돌렸다.

“아무튼, 조만간 게헨나에서 활동을 끝내고 돌아가게 될거 같아요. 물론 완전히 접는다는건 아니지만요.”

“……그래. 실크 네 덕분에 게헨나도 나름 안정됐으니 이제는 우리한테 맡겨도 좋아. 이 정도면 우리 선도부만 있어도 게헨나를 정상화하기엔 충분할거야.”

“다행이네요. 고생한 보람이 있어요.”

“응. 네 덕분이야.”

우리는 서로를 바라보며 피식 미소를 흘렸다.

게헨나에서 목표로 하던 불량학생들의 브레이크 주입도 어느 정도 성과를 이뤘으니 이제 돌아갈 시기가 되었다. 아마 하루 이틀 정도는 더 머물겠지만 이쯤이면 충분히 공포의 상징으로 각인되었으리라.

“그래도, 히나 얼굴은 꾸준히 보고 싶으니까 게헨나 올때마다 여기로 찾아와서 인사는 하고 갈게요.”

“……정말, 그렇게 해줄거야?”

“당연하죠. 이제 히나 얼굴 안보면 못살아요.”

“푸흣. 그래. 고마워.”

게헨나를 떠나 돌아가도 꾸준히 게헨나에서는 활동을 하게 되리라. 어쩌면 다른 장소보다 게헨나를 더욱 중점적으로 활동하게 될지도 모른다.

다른 자치구보다 더 혼란스러운 게헨나였으니.

“아마, 게헨나에서 활동하는데 우리 선도부가 너를 붙잡을 일은 앞으로도 없을거야. 원래부터 우리는 너의 활동을 응원하고 있는 쪽이었거든.”

“그럼 다행이네요.”

그 뒤로 나는 히나와 모모톡 번호를 교환하고, 못했던 대화도 마저 나누고, 히나의 뿔도 몇 번 만져보고, 포옹도 한번 나누면서 대화를 마무리지었다.

“그러니 앞으로도 잘 부탁할게, 실크.”

“네! 히나 언니!”

“…….”

“언니라고 불러도 되나요?”

“마, 마음대로 해.”

그렇게 히나와의 첫만남은 성공적으로 마무리되었다.

3.

게헨나 선도부의 선임행정관 아코는 긴 세월을 히나와 함께 보내왔기에, 게헨나에서 자신보다 히나에 대해 잘 아는 사람은 없으리라 자신할 수 있었다.

히나가 좋아하는 차부터, 좋아하는 스타일, 서류의 정리 방식과 일어나고 주무시는 시간에 이르기까지.

선도부의 참모로써 뛰어난 머리의 활용처는 단순히 업무의 영역을 넘어 히나 부장을 위해서 사용하는 용량도 적지않게 차지하고 있었다.

그런 아코이기에, 항상 히나에 관한 것에는 진심인 아코이기에 최근 들어서 생긴 의문이 있다.

“후후. 오늘도 열심이네.”

“……?”

히나 부장님이 근래에 자신에게 일거리만 늘려주는 실크라는 존재에 대해 흥미를 느끼시고 있음은 알고 있는 사실이었지만, 어째서인지 최근 들어 실크를 향한 그 흥미가 사뭇 달라진 듯한 기분이 들었다.

어째서? 이전의 히나 부장님은 뉴스에서 실크의 소식만 나오더라도 귀로는 집중해도 손과 눈은 서류에만 집중하시던 분이셨다.

근데 최근에는 뉴스에서 실크의 소식이 나오면 저렇게 반갑다는 듯이 웃으시며 화면에 집중을 하신다.

며칠 사이에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단 말인가.

‘제가 모르는 사이에 히나 부장님과 만나기라도 하신건가요? 그럴 리가 없는데요…. 분명 최근 있었던 모든 스케줄에는 제가 함께했었는데…….’

설마 실크가 선도부장실에 잠입했으리라곤 생각하지 못한 아코였기에 그저 히나의 변화에 의아함을 보내며 고개만을 갸웃거릴 뿐이었다.

그리고 동시에.

‘왜, 왜 저렇게 기쁘신 듯한 미소를……!’

왠지 모를 박탈감이 느껴졌다!

자신에게도 잘 지어주지 않으시던 저 순수한 미소를, 저 악랄한 실크가 몽땅 빼앗아가고 있는 것이다!

“으그극…….”

히나와 실크 사이에 생겨난 변화.

그를 감지한 아코가 질투심을 느끼며 이를 갈았지만 그녀가 이 순간에 할 수 있는 일은 없었다.

그저 자신이 모르는 히나 부장의 비밀이 어딘가에서 늘어났다는 사실에 절망할 뿐이었다.

‘대체 제 부장님한테 무슨 짓을 저지른거에요, 실크──!!’

4.

아코가 실시간으로 실크에게 질투를 보내고 있는 사이, 실크 또한 비슷한 일을 겪고 있었다.

다름 아닌 자신의 선배에 의해서.

[그래서, 선도부장과 말을 놓게 되셨다?]

“그, 의외로 일이 잘 풀려서-”

[선도부장과 정말 많이 친해지셨나 보네요, 나나시?]

왜 갑자기 성으로 부르고 그러세요…….

밀레니엄 최강의 미소녀가 울부짖었다. 나는 너무 두려워 몸을 오들오들 떨 수밖에 없었다. 호달달.

“저 정말로 그냥 친해진게 전부인데…….”

[…그래요. 당신에겐 그냥 친해진게 전부겠죠.]

“그, 그것 말고도 뭔가 더 있나요?”

[당신은 모르는 그런게 있어요. 그러니까 불쌍한 눈으로 올려다보지 마요. 하아, 이 후배는 정말…….]

히마리는 답답하다는 듯, 깊은 한숨을 내뱉으며 고개를 휙휙 저었다. 그 모습에 나는 괜히 미안해져 뒷머리만 긁적거릴 뿐이었다.

…내가 진짜로 잘못한건가?

[뭐, 좋아요. 결국 이렇게 될 줄 알았으니까요. 그래서 이제 복귀하는건가요?]

“아, 네. 미리 인사도 다 끝내놨어요.”

[그럼 빨리 돌아오도록 해주세요. 히이로가 없으니까 부실이 냉장고가 되기 직전이란 말이에요.]

“냉장고요……?”

[…에이미가 슬슬 더워진다고 에어컨을 계속 틀고있단 말이에요. 어서 돌아와서 제 편이나 들어줘요.]

“네, 알겠어요.”

내가 게헨나로 향했어도 밀레니엄은 여전하구나.

즐겁게 웃음을 터뜨린 나는 알겠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진짜 긴 일주일이었다.”

히마리와 통신을 종료한 나는 게헨나의 하늘을 올려다보며 그리 중얼거렸다. 불과 1주일 정도가 흘렀을 뿐인데 몇 주는 지나간 것만 같았다.

그만큼 게헨나에서의 나날이 힘들었다는 증거이리라.

“돌아가자.”

밀레니엄으로.

지난 일주일 간, 게헨나를 악몽으로 빠트렸던 영웅이 본거지로 발걸음을 옮기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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