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3
1.
“일단은 이 정도면 충분하겠어.”
며칠 간 블랙마켓을 오가며 테스트를 어느정도 마무리했다. 이번 활동으로 알아내고자 한 것은 다름아닌 내가 빙의한 몸의 스펙과 한계였으니.
신체능력, 사격실력, 판단력, 감각.
이 모든걸 몸과 머리로 그 한계를 이해할 수 있을때까지 블랙마켓에 나가 수많은 적들과 싸우고 싸웠다.
그리고 내린 결론은 다음과 같았다.
사격 실력은 여전히 처참한 수준이었지만, 그와 반대로 신체능력이나 판단력은 게임에서 묘사되던 최상위권 학생들의 수준이랑 맞먹는다고 보아도 되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감각이었는데, 이 부분은 내가 며칠동안 수십명의 적들과 싸웠음에도 아작까지 그 한계점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능력이었다.
어느 순간에는 한없이 넓은 범위를 인지할 때도 있고, 또 어느 순간에는 이후에 벌어질 일을 마치 미래를 보여주듯 본능적으로 알게 했으니.
마치, 지구의 어떤 영웅처럼 말이다.
“직감, 아니 일종의 ‘초감각’인가.”
결과적으로 이번 테스트는 만족스러웠다.
목표로 하던 금액도 훨씬 뛰어넘는 금액을 손에 넣기도 했고 말이다.
그러니 이제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순간이 되었다.
바로 진정한 의미로 히어로 활동을 시작하기 위한 준비 단계.
“계획을 세울 때가 왔다.”
지구의 수많은 히어로물을 평정한 나이기에 장담할 수 있다. 히어로 활동은, 단순히 의욕과 힘만으로 이뤄낼 수 있는게 아니다.
히어로가 나아가는 길목에는 굳건한 신념과 목표, 그리고 절대로 흔들리지 않을 의지가 동반되어야 한다.
더 나아가 오직 ‘악인처벌’만을 목적으로 두는 것도 해서는 안될 짓이었다.
내가 빌런들을 증오하여 복수하려는 목적을 가진 것이 아닌 이상, 나는 처벌만 하는 처형인이 아닌 만인에게 희망을 심는 우상이 되어야한다.
그런 의미에서 나에겐 무엇이 있지?
“의지와 능력. 그것 뿐이지.”
내가 지구의 캡틴 아메리카처럼 숭고한 신념을 가졌는가?
혹은 아이언맨처럼 남들에게 이해받지 못할 아득한 목표를 지니고 발버둥치고 있는가?
아니다. 난 그냥 히어로가 되고 싶다는 마음가짐 하나만을 가지고 이 업계에 뛰어든 초짜에 불과하다.
그러니.
“내가 목표로 할 히어로의 상(想)을 정해야겠지.”
숭고함. 위대함. 존경심.
지금의 나는 이런 감정들을 다른 이에게서 불러일으킬 수 없다. 이 부분만큼은 단언할 수 있었다.
그러니.
내가 목표로 할 히어로는 바로-
“키보토스의 친절한 이웃.”
길거리를 돌아다니며 생기는 온갖 사건사고를 막고.
자신의 힘으로 미처 해결하지 못할 일들을 대신 해결해줄 초인적인 해결사.
존재만으로 악인이 눈치를 보게 만드는 초인.
내가 지향할 히어로상은 바로 그것이었다.
2.
이후에 나는 지향할 히어로상 말고도 세부적인 계획을 추가적으로 짰다.
언젠가 나는 밀레니엄에서의 생활과 히어로로써의 활동의 양 측면을 동시에 수행해야 했으니, 미리 계획을 세우고 대응책을 짜두는 것이 편했다.
나는 학원과 히어로, 둘 모두를 포기할 생각이 없었으니까.
“금액은… 충분히 모였고.”
비질란테 활동을 하면서 벌은 돈과 내가 빙의하자마자 통장 계좌에 들어있던 돈까지 합하니 생각 이상으로 많은 금액의 돈이 계좌에 찍혀있었다.
이 돈을 어디에 쓸지는 이미 정해놓았기에 나는 얌전히 통장에 돈을 모셔두었다.
그리고 곧장 인터넷에 접속해 키보토스의 지리에 관한 자료를 다운받아 머릿속에 쑤셔박았다. 내가 히어로 활동을 하면서 길을 잃어버려선 안되니까.
“…….”
그리고 키보토스에 설치된 CCTV의 위치들 또한 검색해 숙지하기도 했다. 이 부분은 향후 사각지대를 활용할 순간이 올 수도 있었으니까.
그 뒤로는 정말 많은 정보들을 탐색했다.
단순히 밀레니엄에 관한 정보뿐만이 아닌, 키보토스 전역에 발생하고 있는 세간의 이슈와 지식들까지.
총학생회장이 실종되며 생텀타워가 기능을 정지했다는 내용이 최근 대두되며 도시 인프라에 문제가 생겼다는 내용.
그에 따라 총학생회에서 기존 학생회장을 대신할 대행을 선포했다는 것과 도시 외부에서 ‘선생’이라는 존재를 곧 모셔올 예정이라는 사실. 그리고 각 학원의 현 상황에 관한 세부적인 정보들까지.
아직 마비되지 않은 인터넷에서 정보의 바다를 뒤지고 또 뒤졌다.
내가 알고있는 원작 속 지식과 인터넷 내부 정보들을 얽혀가며 머릿속에 나름대로 마인드맵을 그렸다.
그리고 그 결과.
“우선 동아리랑 일자리부터 알아봐야겠네.”
내가 내린 결론은 다음과 같았다.
히어로 활동을 하기 이전, 나의 현생을 먼저 ‘평범하게’ 꾸밀 필요가 있었다.
단순히 경제적인 문제가 아닌, 향후 내가 히어로 활동을 해나가며 유명세를 탔을 경우에 관한 이야기.
내가 정체를 밝혀도 되는 억만장자나, 천재적인 두뇌를 지닌 것이 아닌 이상에 내가 공권력을 상대로 할 수 있는 판단과 행동은 한계가 있었다.
그렇기에 우선적으로 ‘평범한’ 범주에서 알리바이를 미리 만들어 놓을 필요가 있었다.
물론, 학교를 다니며 필요한 돈을 충당할 필요도 있었고 말이다.
“흠.”
동아리는 둘째치고, 일자리는 어디서 구하지.
3.
“어서오세요~ 엔젤24입니다~”
결과적으로 나는 밀레니엄 캠퍼스 내부에 편의점에서 알바 자리를 구하게 되었다.
이유는 다양했다. 이곳의 점주가 나에게 나쁘지 않은 계약을 제시한 것도 그러했지만, 이곳의 지리적 이점과 업부 중간의 공백 시간이 앞으로의 계획을 수립하기에 더욱 용이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이곳이라면 많은 사람을 만나며 안면을 트거나 정보를 수집하는 것도 가능했으니.
“안녕히가세요~”
지구에서 해봤던 알바 경험으로 능숙하게 알바 일을 끝내니 점주 아주머니(퍼리)는 크게 만족하시며 뽑길 잘했다며 칭찬을 하시며 폐기를 챙겨주셨다.
그에 새삼스럽게 이곳을 택하길 잘했다는 생각을 하며 나는 감사함을 표하고 폐기를 챙기고 나왔다.
“오늘 알아낸 정보는, 밀레니엄도 생텀타워의 정지로 꽤나 혼란스러워하고 있다는 부분인가.”
아마 밀레니엄 뿐만이 아닐 것이다.
트리니티, 게헨나, 아비도스, 백귀야행, 그 외에도 키보토스에 있는 모든 학원이 골머리를 썩고 있겠지.
나야 곧 있으면 선생이 올것이니 덤덤했으나 다른 학생들은 학생회장의 실종에 큰 충격을 받은 학생들도 몇몇 보였다.
물론, 그럼에도 모든 학원은 휴교없이 정상적으로 가동되었지만 말이다.
“일단 가까운 공원이라도 갈까.”
아주머니가 챙겨주신 폐기로 배를 채우기 위해 근처 공원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하지만 점심시간 때라 그런지 공원에는 마땅한 자리가 남지 않았다.
어쩔 수 없이 나는 운동장에 있는 의자에 앉아 음식을 먹기로 했다. 식탁이 없어서 조금 불편했지만 무릎에 올려놓고 먹기엔 나름 적당한 자리였다.
그렇게 편의점 삼각김밥과 딸기우유, 그리고 핫바의 포장지를 뜯으려던 그 순간.
“……!”
쿠궁-
마치, 시간이 느려지는 듯한 착각과 함께 본능적으로 위기감이 치솟았다.
머리가 조여오는 듯한 감각과 함께 등 뒤에 무언가가 다가오고 있음을 직감적으로 알았다.
그에 순간적으로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음식을 위로 던짐과 동시에 팔을 뒤로 쭉 뻗어 배후의 무언가를 ‘잡았다’.
텁-!
나는 그것이 동그란 축구공임을 확인하기도 이전에, 허공에서 부유하다 떨어지는 음식들을 나머지 한손을 뻗어 모두 손바닥 안에 안착시켰다.
기계처럼, 하나의 음식도 흐트러지지 않은 채 안착되는 모습에 한도의 한숨이 흘러나왔다.
“휴…….”
찰나(刹那). 불과 1초도 채 흐르지않은 순간에 이뤄진 동물과 같은 행동이었지만 나는 점심을 굶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에 안도하기도 잠시.
‘어떤 자식이야?’
나에게 공을 날려보낸 범인을 찾아 주변을 두리번거리다 운동장에 있는 학생들을 발견했다.
하나같이 운동복을 착용한 채로 멍한 표정으로 나를 쳐다보고 있는 소녀들.
복장을 보니 어느 소속인지 금방 알아챌 수 있었다. 밀레니엄의 유일한 예체능 동아리, 트레이닝부.
오토하나 스미레와 그 외의 모브들.
내게 공을 던진 범인들은 어째서인지 나를 바라보며 엄청나게 눈을 빛내며 다가오고 있었다.
‘……어. 미친.’
그 순간, 다시금 발동되는 초감각.
본능적으로 알았다.
저것들에게 붙잡혀서는 내가 생각하는 밀레니엄의 생활이 불가능해질 것이라는 것을!
“저기, 혹시-”
“어! 왜 도망치는-!”
일단 도망갔다. 음식만 소중히 챙기며 도망쳤다.
그러자 저 뒤에서 ‘인재를 놓쳐선 안된다!’ 라며 누군가가 외치는 목소리가 들렸지만 무시하고 무작정 달렸다.
“아오 망할!”
왜 하필 저기서 저것들을 만나가지고!
화를 낼 기분도 들지 않았다. 그냥 무서웠다. 진짜로.
다른건 몰라도 트레이닝부는 진짜 아니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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