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ue Archive] I Became a Superhero in Kivotos

Chapter 21



1.

밀레니엄 모브에 빙의한지 어느덧 한 달.

아니, 그보다 조금 더 지났다.

누군가에겐 긴 시간이겠지만, 나에겐 정말 한없이 짧기만 한 시간이었다.

빙의부터, 히어로 활동, 수많은 사람들과의 교류와 전투까지. 지금까지 살면서 이렇게까지 압축된 한달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밀도 높은 시간이었다.

그렇기에 때때로 생각할 뿐이다.

만약, 내가 밀레니엄이 아닌 다른 학원에 떨어졌다면 지금과는 전혀 다른 상황이 펼쳐지고 있지 않았을까.

무법지대인 게헨나, 수많은 인간군상이 모인 트리니티, 혹은 중소규모 학원에 떨어졌다면?

그것도 아니면 빚쟁이 신세인 아비도스라면?

물론, 내 성격상 어떻게든 밀레니엄을 찾아가 인연을 트고 장비를 제작했을 것만 같으나 지금과는 상황이 천차만별로 다르게 펼쳐졌겠지.

물론 이제와서는 의미없는 가정에 불과했으나, 밀레니엄의 최첨단 기술을 직접 경험할 때마다 어쩔 수 없이 마음 속에서 밀레니엄에 대한 평가가 고공행진하는 것은 막을 수가 없었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레 다른 학원의 상황들이 눈에 들어와버리는 것이다.

물론 공부는 어렵고, 학원 전역에 실적주의가 만연하며, 리오라는 횡령범이 기거하고 있는 장소였지만-

밀레니엄은 나에게 있어 최고의 학원이었다.

‘내가 적응하기 편하면서도 내 능력을 키우기에 가장 적합한 학원은 역시 밀레니엄이니까.’

이것만큼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었다.

예를 들어, 밀레니엄과 다른 학원의 훈련실을 비교해보자. 다른 학원은 아마 예상하건데 일반적인(키보토스 기준) 운동 기구와 장치들만 배치되어 있으리라.

하지만 밀레니엄은?

모든 것이 기계공학과 최첨단의 끝을 달린다.

단순히 대인 전투에 대한 연습도 밀레니엄이 개발한 자동 전투 로봇인 AMAS가 상대가 되어 연습을 치르며, 사격 연습 또한 마찬가지다.

……물론, 그만큼 유지 비용이 빡샌 만큼이나 한번이라도 로봇을 부수면 나의 생활도 부서지겠지만.

아직까지 온전히 적응하지 못한 감각을 수련하기에는 적합한 장소인건 틀림없었다. 더 나아가, 와카모와의 전투에서 느꼈던 내 신체능력의 한계 또한 넘어서기에도 탁월했고 말이다.

이러한 이유들 때문에 내가 학교에서 제일 많이 찾아가는 장소가 첫째는 부실이고, 둘째는 훈련실이었다.

‘그랬는데 말이지…….’

이것이 내가 오늘 훈련실을 찾은 이유였다.

계획에 따르면 오늘은 초감각을 훈련하는 날이었기에 정신을 집중시키며 훈련장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이내 도착하자마자 훈련장 내부의 기척을 초감각으로 자연스레 읽어내던 나는 이내, 등골이 서늘해지는 것을 느껴야만 했다.

‘……미친, 뭐야.’

훈련실 내부에 낯선 손님이 와있었다.

2.

헛웃음이 나왔다.

‘와카모랑 싸울 때에도 이 정도까지 감각이 울린 적이 없었는데.’

초감각의 울림이 머릿속에 퍼진다.

문 너머의 존재가 한없이 강력한 존재임을 상기시킨다. 그리고 그 존재가 나를 위협할 것임을 알려온다.

이 사실이 의미하는 바가 무엇인가?

강하다. 그리고 경계하고 있다.

누구를? 바로 문앞에 있는 나라는 존재를.

‘들어가기 싫어. 딱 봐도 연기잖아, 저거.’

문 너머에 있는 기척을 느낀다.

마치 단련을 하고 있다는 듯 운동기구를 움직이는 작은 체구가 느껴진다. 시선 또한 문으로 향하고 있지 않으나 우리 둘 모두가 알고 있을 것이다.

서로가, 서로의 기척을 알아챘음을.

그럼에도 그녀는 연기를 하고 있다. 태연함을 가장해 나에게 접근하길 주저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하.”

나의 정체를 알아차린 것일까?

……아니. 그건 아닐거 같았다. 단순한 직감이다.

문 너머의 그녀, ‘미카모 네루’가 나를 찾아온 이유는 그것보단 더욱 단순한 이유이지 않을까.

‘모르겠다. 하지만, 이대로 도망갈 이유도 없지.’

여기서 발을 돌린다면 더욱 의심을 받겠지.

그러니, 내가 여기서 취해야 할 행동은 바로…….

‘네가 연기한다면, 나도 연기로 받아칠 뿐이다.’

돌진이었다.

나는 멈추었던 발걸음을 다시 움직였다.

문고리를 잡고, 문을 열자 지금까지와는 다른 기백이 훈련실 내부를 장악한 듯한 착각이 들었다.

무시하고 내부로 발을 들인다.

그리고 빠르게 안쪽 상황을 살펴보았다.

여전히 내부에서 운동을 하고 있는 몇몇의 학생이 보였으나 그들은 전부 한 사람의 눈치를 보고 있었다.

작은 체구, 주황색 머리칼, 날카로운 눈빛.

운동을 하면서도 걸치고 있는 화려한 스카잔.

겉으로만 본다면 꼬마로 밖에 보이지않는 몸으로 무거운 운동기구를 움직이는 모습.

미카모 네루, 그녀가 그곳에 있었다.

“어?”

아주 잠깐의 관찰, 그리고 이어진 연기.

그녀를 발견하자마자 놀랐다는 듯, 탄성을 내뱉는다.

정면에서 작은 체구로 운동을 하고 있는 네루를 보며 입을 살짝 벌린다. 그리곤 놀란 듯이 얼굴의 근육을 움직이며 눈동자를 크게 뜬다.

나아가, 손을 움직여 입가를 가린다.

내 표정을 가릴 수 있을 만큼. 다만 과장되지 않게.

그리고 이내.

“네, 네루 선배님……?”

“……엉? 뭐냐, 나에 대해서 알고 있었냐?”

“아, 네! 밀레니엄 최강이라고 불리시는 네루 선배님이시잖아요! 모를 리가 없죠!”

당연하다는 듯이 감탄을 내뱉으며, 그녀에 대한 인식을 내비친다. 그에 네루의 눈빛에 서서히 이채가 감돌기 시작했다. 마치 ‘이것 봐라?’ 하는 눈빛.

그런 네루의 눈빛을 무시하며, 나는 말을 이었다.

“선배님도 여기에 운동하러 오신건가요?”

“뭐, 비슷하지.”

“와아, 저 거의 매일매일 여기 오는데 선배님은 처음 보네요. 유명하신 분이라 깜짝 놀랐어요.”

“글쎄다. 여기선 나보다 네가 더 유명한 것 같던데.”

“…제가요?”

“그래. 나나시, 너 말이야.”

하지만, 네루의 이어진 말은 내가 이어가던 연기가 살짝 풀릴 정도의 말이었다.

그게 도대체 무슨 소리니, 네루네루야.

“너 말이야. 요즘 여기서 ‘차기 밀레니엄 최강’이라니 뭐니 불린다면서?”

“네?”

“그래서 한번 얼굴이나 보러 와봤다.”

“…….”

“생긴건 평범한데 말이야. 아니, 보니까 평범하지도 않네. 눈빛은 사나운데 성격은 좋다는 소문이 돌고. 나랑도 닮은 구석이 있구만.”

“??”

속내를 감추고 찔러보았으나 통하지 않았다.

그래서 역시 네루구나, 하면서 감탄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네루가 꺼낸 본론은 내가 전혀 짐작하지 못한 내용의 이야기였다.

근데, 뭐라고?

내가 밀레니엄의 뭐?

“그게, 무슨 소리에요……?”

“하! 정작 본인은 모르는 이야기였나? 뭐, 상관은 없겠지. 이봐, 나나시. 됐으니까 서로 연기는 그만하고 이제 슬슬 시작해보자고. 읏차.”

“뭘 시작한다는-”

“정말 모르는 채 할거냐? 너, 눈치챘잖아?”

안돼. 싫어. 뭔지는 알겠지만 안할거야.

미친듯이 울려퍼지는 초감각에 정신이 아찔해졌다.

당장이라도 도망가고 싶었지만 네루의 살벌한 눈빛이 나를 가만히 내버려둘거 같지가 않았다.

“……싫습니다.”

“아앙??? 싫은게 어딨어! 빨리 가보자고!”

“아.”

그래서 사소한 저항을 해보았지만, 그녀는 아예 나를 붙잡고는 대련장으로 나를 끌고가버렸다.

‘진짜 뭐지? 왜 네루가 날 찾아온거야.’

그 와중에 나는 빠르게 생각을 정리했다.

네루가 나를 찾아온 이유. 그것은 최근 밀레니엄과 피트니스 센터에서 나돌던 소문 때문이라고 했다.

그리고 그 내용은 내가 ‘차기 밀레니엄 최강’이라는 이야기. 그런 이야기가 왜 퍼졌을까. 어째서 네루가 찾아올 정도로 그런 소문이 생겨났는가.

깨달음은 번개처럼 빨랐다. 나는 ‘아’하는 소리를 내뱉으며 머리를 부여잡을 수밖에 없었다.

‘시발. 난 그냥 열심히 한건데.’

이유?

뭐겠는가. 내가 다 학교 생활을 열심히해서 그렇지.

나는 평소에 괴물같은 체력과 신체능력, 그리고 감각을 살려 비정상적인 단련법을 하면서 사람들의 시선을 빼앗았다. 더 나아가, 평소에도 히어로의 성품을 잊지 않으려고 되도록 사람들을 돕기도 했다.

그 결과, 나에게 반감을 가지는 사람은 없고 호감을 가진 사람이 많아서 캠퍼스를 돌아다니면 나한테 인사를 건네는 사람도 많았다.

심지어 내가 매일 아침에 운동을 하는걸 구경하러 오는 사람들도 여럿 존재할 정도로 말이다.

처음에는 그냥 운동하는게 신기한가보다, 싶었는데 이상할 정도로 점점 사람이 늘어갔었다. 그리곤 나한테 훈련법을 물어보는 사람도 종종 있었고.

그게 다 저 소문 때문이었나?

진상을 알았다. 깨달으니 찾아온 것은 후회였다.

‘결국, 실크 때문은 아닌거네?’

그냥 네루는 흥미를 가지고 내 얼굴이나 보러 온거였다. 그랬는데 이제 1학년 밖에 안된 내가 보이는 반응이 심상치않으니 아예 실력을 확인하겠다며 나를 끌고가고 있는 상황인거고.

즉, 내가 삽질한거다.

그냥 평범함을 가장했다면 달랐을텐데 네루를 상대로 심리전과 연기, 그리고 남다른 감각을 보여줘버렸다.

그 결과로 나는 네루에게 붙잡혀 도살장에 끌려가는 돼지마냥 질질 끌려가는 중이었고 말이다.

‘시발.’

억울했다.

차라리 실크로 의심받았으면 인정이라도 하지!

그냥 고인물한테 붙잡힌 뉴비잖아, 이거!

3.

“나나시 너, 개인 총기도 안가지고 다니냐?”

네루가 경악스런 얼굴로 날 쳐다보았다.

나는 태연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네루에게 말했다.

“……귀찮아서요.”

“하? 뭐 이런 미친 녀석이……. 상식은 대체 어디다 빼놓고 다니는거야? 에잇, 이렇게되면 제대로 대련도 진행할 수 없잖냐!”

“…….”

키보토스의 상식, 학생에게 총은 속옷과 같다.

그것을 놓고 다닌다? 노팬티로 거리를 활보하는 미친년이 되어버린다. 아니, 그것보다 더한 년이 된다.

실시간으로 나는 학교에서 속옷을 놓고 다니는 노출증 미친년이 되어버렸다.

망할. 히어로 활동하느라 그랬다곤 말 못하잖아.

“하아, 이러면 다음으로 미뤄야 하는-”

“…그냥 하시죠, 선배.”

“뭐?”

나는 머리를 박박 긁으며 곤혹스러운 표정을 짓는 네루를 쳐다보며 심드렁하게 말했다.

“제가 사격은 자신이 없어서, 그냥 다른걸로 싸우겠습니다. 거기다 네루 선배님도 괜히 한번 더 찾아오기 귀찮으실거 아닙니까?”

“……지금 총도 없이, 나랑 붙겠다는거냐?”

“네.”

“하! 이거 웃기는 녀석이네. 다른건 몰라도 그 배짱 하나만큼은 마음에 들어.”

네루는 큭큭 웃음을 흘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네 말대로 귀찮긴 하지. 하지만! 만약 여기서 네가 나를 만족시킬만한 기량을 보이면 내가 몇 번이라도 찾아와주마. 그 정도는 감수해줄 수 있다.”

“아니, 굳이 그러시지 않아도 되는데요.”

“앙? 말대답은. 그냥 알겠다고 해!”

“…….”

나한테 왜 그래, 이 년아.

나는 속으로 비명을 지르며 기겁했으나 네루는 그런 내 말조차 배짱으로 들었는지 미소만 지을 뿐이었다.

“됐고. 장비는 무엇을 쓸건데?”

“이겁니다.”

나는 센터 내부에 비치된 창고에서 군용 방패와 양산형 권총 한자루를 꺼내들었다. 내가 꺼내든 장비들을 본 네루의 눈동자에 이채가 감돌았다.

“……독특한 조합이구만?”

“최근 연습하고 있는 기술이 있거든요.”

“하! 기술이라. 지금 나한테 기술 시연이라도 해보겠다는 거냐? 감히 나한테?”

“비슷합니다.”

그녀의 말도 일부 맞는 말이다.

내가 채용한 전투법, 일명 ‘캡틴 아메리카 식’ 전투방식이 어디까지 통용되는지를 알아보긴 해야했으니.

때마침 학원 최강인 네루를 만났으니, 한번 시험해보는 것도 나쁘진 않으리라.

‘제작 중인 장비와는 성능도, 형태도 다르지만-’

상관없다.

네루와의 전투는 경험만으로도 가치가 있을 터.

이번 기회에 내 능력이 학원 최강이라 불리우는 존재에게 어디까지 통하는지를 체크해봐도 좋으리라.

그러니.

“시작하죠.”

“하하하! 그래! 시작해보자고!”

네루의 광소적인 미소를 방아쇠로 삼아, 우리는 서로를 향해 총알처럼 쏘아져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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